여행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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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드리드 출발
임도를 타다 N-320 도로로 나왔다. 도토리나무 아래서 이름씨가 싼 점심을 먹었다. 이런 호화로운 음식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을 듯.

첫 번째 텐트.
이래 봬도 도마뱀도 토끼도 있는 곳. 루친은 이베리아 반도가 토끼의 땅이라고 했다. 사람이 버린 땅이 저들에겐 안전하고 풍요로운 곳이 된다.

내내 편하게 있다가 뙤약볕에서야 왜 자전거를 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5.4
느지막이 텐트를 개고 출발.
중간에 잠시 쉬면서 어디가 정주행일까? 길 위에서는 옳고 그름이 없을 테니, 저것은 역주행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트레일러 무게는 지금 내가 지고 있는 삶의 무게처럼 온다. 수건 한 조각도 버리지 못하면서 마음을 비워야지라고 생각한 게 한심하다. 계속 이고가야 할 것들. 그 한 가운데 마음하나가 있다. 시처럼,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가 아니라, 내가 폐허였다. 왜 여기에 왔을까? 계속 물음만 반복된다. 자전거가 온갖 궁상을 떨어버릴 거라는 기대는 기를 써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내 긴 시간을 압축한 것만 같다. 달리면서 내내 그리운 것들은 먼 데 있어도 여전하다.

두 번째 텐트는 공원 언덕에서.
9시나 돼야 해가 진다. 날이 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해 졌다.

5.5
초행의 정적을 깨는 것은 헉헉대는 숨소리뿐이다. 그 안에서 먼 곳을 돌아도 그곳에 네가 있기를 바라본다. 바라다, 본다. 보이는 듯하다. 신기루처럼. 사막 여행자에게 신기루는 오아시스였을 것이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신기루는 내리막길일 것이다. 저 앞에 신기루가 있다. 신기루처럼 무언가 있는 게 아니라 앞서 지나는 차들이 물웅덩이 폐인 곳에서 사라진다. 조금만 더 가면 내리막길이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조금만 더 조금만. 그곳에 도착하면 또 오르막이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반복 속에서도 체념하지 못한다. ‘이번엔 제발’ 이런 기대감으로 멈출 수 없다.

오르막이 이렇게 힘들구나. 새삼 깨닫는다. 내 바람도 신기루일까 무섭다. 거기에도 네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 감정의 옹졸함이 길 위 곳곳으로부터 베인다. 바람(願)은 바람(風)이 아니듯 내 원망은 끝끝내 願望이다.

어제는 악몽을 꿨다. 슬픈 꿈이었다. 마음이 아팠고 몸이 아렸다. 잠을 설칠 때마다 안부가 궁금하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지 못하는구나.

무게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뒤돌아 볼 여지를 주지 않는다. 옆에 아무리 근사한 풍경이 있어도, 지나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응원을 던져도 묵묵히 땅을 보며 페달을 굴린다. 광대와 이름씨는 이종이산인냥 멀어져갔다.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 아스팔트에 떨어지고 그 위를 바퀴가 지난다. 땅바닥 말고 주위를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싶었다.

종아리에 화상을 입었다. 분명 7부 자전거 바지를 샀는데, 겨우 무릎에 걸쳐진다. 후시딘을 가져왔는데 처방을 읽어보니, 여드름부터 화상까지 흡사 만병통치약 같은 기운을 풍긴다. 왼쪽 가슴 아래께에도 통하는 약이면 좋겠다.

스페인 고속도로는 오토비아와 오토피스타가 있다. 오토비아는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라서인지 갓길이 퍽 넓다. 거기에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봤다. 로드 킬은 어디서나 매한가지. 길 위에서 죽어간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드넓은 대지에 묘비조차 없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애도를.

이름씨가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부랴부랴 약을 바르고 잠시 쉬는데, 어디선가 고속도로 순찰 오토바이가 온다. 이미 사고가 있다는 걸 알고 온 눈치다. 지나는 차들이 대신 신고를 한 듯. 우리는 그 흔한 전화기조차 없다. 앰뷸런스를 계속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데 됐다고 했다. 비쌀까봐. 옆으로 넘어지면서 광대뼈와 무릎을 다쳤다. 버프위로 피가 스몄다. 일찍 텐트를 쳤다.

이곳은 어디나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아 있다. 구름은 별 수사 없이 그림처럼 있고, 우리는 사람이 떠난 자리에 혹은, 지평선 한 자락에 집을 짓는다.

텐트를 친 곳. 곳곳에 개미집이 있다. 멍하니 보다, 개미들의 분주함에 잠깐 경외가 일었다. 움직임 자체가 소명인 듯싶다. 길은 끝이 없고, 목적지는 딱히 없다. 가는 곳 어디에도 반기는 이 없고, 낯섦과 그 감정을 억누르는 이국의 풍경만 있을 뿐이다. 여기는 내내 풍경으로만 온다. 때론 그조차 견뎌야 한다. 이국의 말은 닿지 않고 내 언어의 궁색함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비로소 책을 들춘다. 마드리드에서 편하게 있을 때는 통 손에 잡히질 않았다. 장석남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을 가지고 왔다. 오래전 처음 집을 떠나면서 챙겼던 책이다. 그때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위로받았던 기억으로 짐 한구석을 차지했다. 이상하게 자꾸 황지우의 시구가 맴돈다.

5.6
12시가 다 돼서 느지막이 출발. A-2 도로에서 N-211로 이동. 구릉 지대를 계속 달렸다. 처음으로 마실 수 있는 물을 발견했다. 물맛이 좋다. 조금 내려와서 해발 1,300미터 지점에 텐트를 쳤다. 안쿠엘라 델 듀카도(Anquela del Ducado). 밖은 추웠지만, 텐트 안은 따뜻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던 지역이란다. 5월이지만 사람들 옷차림이 마드리드와는 사뭇 다르다.

이름씨와 광대가 만든 김치가 엄청 맛있게 익어서 한 번에 다 해치웠다. 하루 이틀 지나면 더 감칠맛이 돌 텐데 그냥 허겁지겁 먹었다.

5.7
몰리나 데 아라곤(Molina de Aragon)을 지나며 잠시 쉬었다. 작고 아름다운 도시다. 산타 마리아 성당이 있는데, 알던 곳과는 다르니 이곳에 있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는 데 잠깐 둘러보고 지났다.

몬레알 델 캄포(MONREAL DEL CAMPO)에 왔다. 웜 샤워를 통해 하루 묵게 됐다. 웜 샤워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하루 묶으면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쉬는 데서 시작됐다. 오래전에는 종이로 돌았다고 하던 데 이제는 웹사이트를 갖추고 서로 정보를 나눈다. 몇 명이 얼마나 머물 수 있는지, 어떤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미리 알리고 서로 배려한다. 기록상으로 200년 이상 된 집이라는 데 200년 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벽이 두껍다. 아주 편하게 머물며 쉬고 있다.

편안함은 금세 화두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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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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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다음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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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4일 출발 25일 마드리드

당장 몇 시간 후 출발인데, 제 자전거에 문제가 생겨서 부랴부랴 휠셋 교체. 광대는 페니어 연결, 이름씨는 다시 한 번 이것저것 꼼꼼하게 체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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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로플로트로 모스크바를 거쳐서 마드리드로 들어왔어요. 인천공항까지 1년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스캥크와 찬성씨가 짐 셔틀을 해줬어요. 셔틀로 맺어진 우정이랄까. 슬아의 제주도 빵 셔틀 이후 최고로 고마운 사람들이에요.(구석에서 비대칭, 말야씨 잊지 않고 있어요!!!) 자전거 박스 4개를 구했고, 개당 23kg으로 맞췄지만, 뭐 오차도 착오도 있기 마련. 공항까지 낑낑대면서 겨우 가져와서 대형 수화물로 보내는데, 대한항공 직원이 트레일러는 자전거가 아니라면서 이번만 보내주겠다고 하네요. 다음부터는 가로세로 길이를 재겠다고. 뭐 여하튼 고마워하면서 통과. 인천공항 탑승동에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고글을 찾고, 모스크바로!!!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던 기내식이에요. 이름씨가 미리 주문해 뒀고, 비건을 위한 메뉴랍니다.

두 번째 기내식이에요. 마드리드까지 9시간 걸린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모스크바까지 9시간이었어요. 기내식 놓칠까 잠을 설친 거 빼고 큰 불편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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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새로 지은 공항이라서 이런저런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중간에 큰 바가 있더군요. 환승하는 데 다시 짐 검사를 하면서 이래저래 30분 정도 보낸 것 같아요. 1시간 연착이어서 마드리드행을 못 타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잘 탑승했어요.

인천-모스크바 때 탔던 비행기보다는 기체가 훨씬 작더군요, 제주도 갈 때 탔던 이스타 항공과 엇비슷하달까요. 세 번째 기내식입니다. 역시 비건을 위한 메뉴.

전반적으로 기내식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는데, 다만 양이 너무 적었네요. 한 번 더 먹고 싶었지만, 말이 안 통하니 사람이 얌전해지더군요. ㅋㅋ

마드리드를 둘러싼 그레도스 산맥(sierra de gredos)이라는 군요.
마드리드에 들어왔어요. 비행기에서 머물 호텔을 알아보고, 친구가 예약해서 예약권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입을 맞췄는데, 입국서류 같은 것도 없고 그냥 도장 찍어주고 끝이네요. 뭐 한 마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

수화물 기다리는 데 맨 처음 우리게 나와서 바로 찾았네요. 모두 대체 저건 뭔가 하는 표정들이 압권이었지만 카메라를 함부로 들이댈 수 없어서 말이죠.

도착한 게 마드리드 시간으로 밤 11시 30분이 넘었을 때라서, 아침에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공항 구석에 자리 잡고 천천히 자전거 조립을 시작. 갑자기 ‘빌라 리베라시옹’을 들고 어떤 건장한 남자가 나타났어요. 해방촌 빈집에 잠시 살았던 루친이 애인과 함께 마중을 왔어요. 일면식도 없는데, 광대가 혹 마드리드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직접 공항까지 왔답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

차는 이미 끊겼고 움직일 방법이 없다고 해서 공항에서 밤을 보내기로 하고 다음날 루친네 집 근처인 ‘트레스 깐토스’역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다시 천천히 자전거 조립. 드디어 엄청난 박스 내용물이 제 모습을 다 갖췄네요. 의자에 기대서 모두 잠깐 잔 다음에 드디어 출발. 루친이 찾아오는 법을 가르쳐 준 대로 겨우 메트로 타는 곳까지 갔지만, 역무원이 자전거 탑승이 안 된다면서 오전 10시 이후에 탈 수 있다고 하네요. 혹시 자전거를 타고 갈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하나같이 고속도로라면서 메트로만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다며 손사래를. 이 뭐 섬도 아니고. 길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샛길이 있다는 광대의 지론을 따라 겨우 공항을 빠져 나와서 샤마르텡역까지 무사히 도착. 아 그런데 물도 없고, 배는 직살라게 고프고 역안에 있는 것들은 오질라게 비싼데도 먹을 수 있는 건 없고. 날은 예상과 다르게 조금 쌀쌀. 기내식 이후로 아직 음식 사진이 안 나오고 있잖아요. 식도락 여행인데 이렇게 굶주려서야. 여하튼 길에서 쓰러지려는 찰나, 저지를 빼입은 아저씨가 ‘팔로 미 프렌드’하면서 아주 싼 슈퍼로 안내해줬어요. 다들 왜 이렇게 친절 한 거야 ㅠ.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찍었네요. 여하튼 빵집에서 바게트를 과일 가게에서 바나나, 사과, 토마토를 잔뜩 사서 다 해치우고, 너무너무 졸려서 따뜻한 볕이 있는 곳에서 잠시 꿀잠을 잤네요. 이것이 지중해(근처)의 햇살인가.

루친과 만나기로 한 트레스 깐토스로 출발. 인간 내비게이션인 광대를 잘 쫓아 무사히 도착. 마드리드 시내 자전거를 타면서 단 한 번도 차의 경적을 듣지 못했고, 보행자는 차를 보지 않고 그냥 횡단보도를 건너고, 차는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멈추고.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가 직접 보니, 감개무량입니다. 마드리드의 첫인상은 맑고, 친절하고, 과일이 싸고, 빵이 맛있고, 등등입니다.

루친네 가는 길에 근처라고 해서 어머님댁에 들러서 인사를 했네요. 엄청 예쁜 집이에요. 특이한 건 엘리베이터 문이 2개라서 바깥문을 직접 여닫아요. 문을 닫으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움직이고,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리면 바깥문을 열고 나가는 구조예요. 루친의 방을 보세요. 한국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말하기는 어려워하지만, 읽기 쓰기는 아주 좋아요.

다시 루친네 집으로. 지하 주차장에 자전거를 두고 들어왔더니 신선태가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서 봐 준 상입니다. 엄청 복 받고 있어요. 살면서 좋은 일을 많이 했나 봐요. 특히 광대와 이름씨가 많이 했을 거예요. 신선태는 멕시코에서 왔고, 갸토는 콜롬비아에서 왔어요. 우리는 김치, 스페인에서는 ‘빠따따(감자-patata)’라고 하고, 멕시코에서는 데낄라, 콜롬비아에서는 위스키라고 한 다네요. 한 참 다른 말들이지만, 사진 속 모양은 같아요 🙂

muy bueno Madirid (무이 부에노 마드리드)

4월 26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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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자전거는 꽁꽁 묶어두고, 렌페를 타고 누에보 미니스테리오스 역까지 갔어요. 캠핑 장비를 아직 준비 못 한 게 있어서 역 근처에 데카슬론 매장을 찾아서 말이죠. 데카슬론은 아웃도어 용품 할인 매장이에요. 역 앞은 차들이 다니는 모양새도 거리도 청계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데 둘러보면 건물은 바로크 양식인 게 좀 다르다면 다를까요. ㅋ 엄청 큰 국회 같은 곳이었어요. 야심 차게 찾아들어 갔지만, 골프전문 매장이더군요. 캠핑을 위한 버너와 가스 등등을 사려고 했는데, 오늘은 꽝. 외곽에 있는 매장에 캠핑 용품이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다음에 다시 가기로 하고 통과, 근처에 자이언트 매장이 있어서 타이어를 바꾸려고 들어갔는데, 엄청나게 슈트를 잘 차려입은 매니저가 유창한 영어로 대해줬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네요. 슬릭 타이어를 달고 왔는데, 몇 번 미끄러질 뻔했어요. 트레일러 무게를 자전거가 감당을 잘 못해서 말이죠. 그래서 그냥 깍두기로 가자고 하고 적당히 싼 타이어를 찾아보려고요.

루친과 갸토와 함께 사진.

아나키 채식 바에 가기로 하고, 다시 솔 광장까지 왔어요.

레즈비언 집회가 있어서 몇 장 찰칵(얼굴 나온 사람들은 허락받았어요). 스페인은 2005년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됐음에도, 동성애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다고 하네요. 물론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요. 스페인이 아무리 우경화되면서 호모포비아가 덩달아 가시화 되고 있는 것 같아보여도 마포구청 같은 짓을 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동성간의 간음’ 처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개정안 같은 걸 생각해보면 남한보다는 훨씬 낫죠.

아나키 노동자 연대, 여기서 새삼 놀란 것 중 하나는 흑적기가 여기저기에 널렸다는 거예요. 조만간 바르셀로나에 가면 더 와 닿을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카탈루냐 찬가>에서 그려진 모습이 아주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살짝 흥분 돼요. ㅎㅎ 마드리드에 와서야 스페인어를 왜 배우려고 하지 않았는지 무척 부끄럽고 후회돼요. 겨우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ias)라고 말하는 정도. 아니면 올라 ㅠ

루친이 안내한 곳은 아나키 도서관이에요. 아나키즘 관련 서적을 퍽 많이 보유하고 있고, 동물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더군요. 재미난 건 길을 가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종의 개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름씨 말마따나, 아이들은 부모를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개는 부모를 아주 똑 닮았어요.

우리의 여행은 원래는 자전거와 식도락 여행이었으나, 둘이 같이 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자전거는 여전히 주차장 구석에서 누추하게 있어요. 그러나 식도락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에 간 곳은 바 쿠닌! 바쿠닌에서 이름을 딴 바였어요. 나중에 주변 누군가 엄청 부자가 돼서 이런 바를 열면 좋겠어요.

바쿠닌 (아나키 채식 바)
아나키즘과 채식의 연결. 여기서 일하는 분들한테 남한에서 왔고,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스페인과 비슷하다며 웃더군요.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그의 딸 카르멘 프랑코때문에?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행하면서 그곳의 역사를 잘 모른다는 게 이렇게 부끄러울 줄은. 같은 걸 봐도 시야가 좁아서 행간을 놓치게 돼요. 당연히 감탄도 줄 수밖에요. 느는 건 오직 밥! 에스페란토 모임과 바스크 어 포스터. 처음엔 팔레스타인 해방연대의 레일라 카흐레드인가 하며 좋아라했는데, 전혀 아니래요. 물어봤는데, 뭐라 뭐라 스페인어로 당연히 뭔 소린지 못 알아들었어요. 통과.

밥도 먹었고, 바쿠닌 구경도 잘했고, 얼추 11시가 다 돼서 집으로 가나 했지만. 무슨 시 낭송회에 갔어요. 뭔 놈의 시 낭송을 밤에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낮에 루친이 오늘 시 낭송회가 있다고 하더군요. 뭔 시를 낭송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물어봤더니, 얼마 전 작고한 호세 루이스 삼페드로를 기리면서 각자의 시를 읽거나, 그의 글귀 중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읽는다고 하더군요. 한국어로 하나 번역된 게 있어서 읽어 봤다고 했더니, 엄청 놀라워하면서 반가워하더군요. <레즈비언을 사랑한 남자>라고 2006년 인가 번역된 게 있었고, 사실 큰 감흥이 없었던지라 고만고만하게 작가와 제목만 겨우 기억하는 정도예요. 그런데 그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고 해서 엄청나게 손사래, 루친이 시를 발표하고 나서 수르 꼬레아에서 온 친구가 샘페르도를 알고 기린다고 소개를 했나 봐요, 사람들이 계속 손뼉을 치더군요. ^^;;;; 앞으로 좋아할게요.

4월 27일

아침 먹고!

박물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하고 티센-보르네미서 미술관 방문
다시 렌페를 타고, 자전거는 고이 주차장에 묶여 있을 거예요! 이름씨가 공들여 준비한 미술관 일정이었어요.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가, 티켓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티센-보르네미서로 옮겼는데 무려 12유로. 여기는 스트로보만 금지고 사진 찍는 걸 허용하더군요. 오만 신기한 사진들을 찍었어요. 나중엔 배터리 방전으로 스마트하지 못한 폰으로 몇 장 찍었네요. 점심은 주먹밥. 아침에 먹은 밥에 김만 한 장 말았어요.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워서 사진이 없어요. 이름씨의 박식한 그림 설명과 눈에 익은 화가들 덕에 겨우 볼 수 있었는데, 의외로 듣도보도 못한 스페인 화가들의 그림이 와 닿는 게 상당했어요.

티센-보르네미서를 구경하고 나서 허기를 참아가며 오만 빵 가게를 기웃 두유와 빵을 사서 탑골공원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에서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배가 차니 다시 구경할 기운이 조금 생겨서 레이나 소피아로 고고.

이름씨 광대와 함께 길을 걷다가 이름씨가 이쯤 되는 곳에 어떻게 자전거 샵이 하나 없냐고 말하면 자전거 샵이 나타나곤 해요. ‘우리 말고 동양인이 없어’, 그러면 동양인이 바로 보이는 식. 여하튼 우연히 만난 자전거 샵에서 할인하는 타이어 두 짝을 샀네요. 물론 우리 자전거는 지하 주차장에 있어요.

7시부터 무료라서 한 참 서 있다가 들어갔어요. 긴 줄은 무료 관람객들. 달리 전시도 하고 있는데, 고것은 못 봤어요. 무엇보다, 레이나 소피아엔 피카소 게르니카가 있어요. 세로 3.5미터 가로 7.76미터! 무지 크더군요. 맨날 엽서 쪼가리만 한 그림으로 보다가 실물을 보게 되니, 게르니카의 참상이 공포로 오네요. 그리고 무수히 많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자료와 아나키즘에 자료들, 바르셀로나 전체가 들썩였다는 두루티 장례식 영상도 있더군요. 얼마 전에 갔던 제주 4.3박물관에서는 친절하게도 김구와 이승만을 한데 묶어서 ‘우익’이라고 표기해 놓았던 데 그에 비하면 얼마나 세세하게 자료를 나누고 보관하고 있는지 놀라워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엔첸스 베르거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에서 봤던 두루티의 모습은 감개무량이었어요. 책에서 글로만 보던 것들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것 같아서 엄청 신 났어요. 레이나 소피아는 사진 금지. 몇 장 찍었는데, 방마다 있는 안내원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한 번 웃고 사진은 안 된다고 하네요. 다시 렌페를 타고 루친네 집으로. 아마도 자전거는 주차장에!

4월 28일

아침 먹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유럽 최대라는 엘 라스뜨로(El Rastro) 벼룩시장이 일요일마다 서거든요. 무려 500년 역사라고 하네요. 별 의미 없지만 루친이 다닌 중학교는 750년이 됐다고 하더군요. 이름씨 지령에 따라 가방을 앞으로 메고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었어요. 다만 너무너무너무 추워서 건성으로 찍고 쳐다도 안 봤더니 다 이상해요. 여하튼 본격 관광! 이름씨 광대와 함께 여행 중에 각별한 사람을 만나면 뭘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부채를 준비했거든요. 흐흐 부채가 널렸더군요. 여기도 저기도 다 부채야.

루친과 만나서 오후에 꼭 가봤으면 하는 모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소르코 이 소르코라고 일요일마다 모여서 채식을 하고 시 모임을 연다네요. 날도 추운데 밖에서 뭔 시인가 했어요. 여기 사람들은 밤에도 낮에도 시인가 했는데, 씨였어요. 스페인 종자를 보호하면서 씨앗을 나눠주더라고요. 소르코(surco)는 밭의 이랑이라는 뜻이래요.

요 장소는 원래 상점이었고 재개발 예정이었지만 소르코가 스쾃을 했고, 가족 단위 시민의 참여가 꾸준해서 그냥저냥 계속해서 쓰게 됐다고 하네요.

걷다 보니, 마요르 광장(마요르가 뭔가요? 곳곳마다 있던데)이에요.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라는데 왜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 딱하니 있더군요. 필리핀이 펠리페 2세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끔찍한 제국의 역사.

드디어 흑적찬란한 CNT(전국노동자연맹) 에 도착! 대단한 걸 하려고 온 건 아니고 채식으로 밥을 먹는다고 해서요. ^^:
스페인 내전 동안 CNT 가입 수가 200만에 달했던 게 80년이 지나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였어요. 엄청 큰 문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말을 타고 다녔다고 해요. 루친이 CNT 주요 강령은 노동자 자주관리, 연방제, 상호부조 경제의 실현이라고 계속 말하더군요. 뭔가 크게 경도되어서 말이죠.

아나코 생디칼리즘 상징인 흑적기 위에 CNT라고 잘 박혀있어요. AIT는 국제 노동자 협회의 스페인어 약칭이고요. 여기서는 회의를 마치고 채식하는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어요. 값은 낼 수 있는 만큼. 우리가 들어갔을 때, 저 동양인 3명은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더군요. 게다가 뭐 카메라로 이것저것 신 난 아이처럼 사진을 찍어 댔으니 ^^; 한참 지나고 나서, 루친과 갸토의 일행인 걸 알고 경계를 풀더군요. 물론 처음부터 친절한 루시아 씨도 있었어요. 말도 걸어주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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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기 밀고기는 고기보다 더 고기 같고 맛났어요! 광대는 지금까지 먹어본 밀/콩고기 중 최고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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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스 깐토스 역 앞 슈퍼에서 장을 보려는데 굳게 닫힌 문. 근처 까르푸로 가서 가장 싼 먹거리를 잔뜩 사서 들어왔어요. 가장 싼 먹거리는 까르푸에서 만든 것들. 결론은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다음부터 이보다 한 단계 위로 사자였어요.

4월 29일

아침을 먹고!!!

지난번에 못 봤던 프라도 미술관을 관람했어요. 어마어마하더군요. 거의 모든 시기의 고야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보쉬는 말할 것도 없고요. 4시간 정도 둘러보다 다시 들어 갈 수 있다는 말에, 미술관 밖에서 점심 바게뜨를 먹었네요. 이름씨가 강조한 핵심은 콩고기. 두어 시간 정도 더 있다가 몸이 안 좋아서 저는 먼저 자전거가 있긴 있는 집으로 들어왔어요. 몸이 안 좋은 건 엄청나게 추워서예요. 지중해(근처)의 햇살은 어디로 가고 비만 주룩주룩 뭔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지.

한 참 후에 이름씨와 광대가 김칫거리와 저를 위한 장을 봐서 들어 왔어요. 후무스(hummus)를 강조하면서 맛을 보라고 했는데, 짠 콩비지 같다고 했더니, 광대와 이름씨 눈에 섭섭함이 가득하더군요. 🙂 계속 먹어봐도 짠 콩비지 같은데 말이죠.

미술관 얘기는 나중에 따로 먹는 것도 아니니 뭐.

4월 30일
오전 고추장 국 / 밥
오후 – 오전에 먹었던 것 / 콘플레이크

루친과 스쾃센터에 가기로 했는데, 루친 일정이 꼬여서 오전 내내 빈둥거렸네요. 오후 느지막이 드디어 우리 여행이 자전거 여행이었음을 깨닫고 곰팡내 나는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냈어요. 나오자마자 비가 주룩주룩! 여기 날씨는 지 멋대로 인지라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이왕 나온 거 가보자는 결정으로 데카슬론 가는데 금세 해가 나더군요. 추워서 청바지 입고 자전거를 탔더니 엉덩이 살이 보여서 바지 한 벌 사고, 추운 스페인의 4월을 견디기 위해서 두꺼운 티셔츠도 하나 샀어요. 엥 4월은 끝났고 5월도 추울 거라는 예상에 말이죠. 광대는 바람막이를, 그 외에 자전거 앞에 달 자전거 가방과, 버너, 사관절 락을 보조할 열쇠 등등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샀어요. 스쾃 센터에 찾아가기로 하고 샤마르텡 역까지 가는 중에 훌쩍 10시가 넘어서 그냥 돌아섰네요. 오는 길에 마을 축제가 있어서 잠시 구경.

11시 반쯤 루친네 집에 돌아와서 신선태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네요. 메뉴는 된장국! 두부까지 들어갔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름씨는 있는 재료만을 가지고 최고의 맛을 뽑아내는 요리사에요. 어디서 수학했느냐고 물으면 ‘꼴메나 비오’에서 했다고 하기로! 🙂

콘플레이크 / 저녁은 데카슬론 다녀와서 1시 정도에. 된장국

5월 1일
11시 30분에 샤마르텡 역 근처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제가 늑장을 부려서 한참 늦었어요. 노동절이라 렌페가 한 시간에 두어 대 정도 있다고 들어서 역까지 엄청 달렸어요. 이름씨가 제일 잘 달리고, 그리고 광대 저는 처져서 겨우 따라갔어요! 소싯적에 육상 했었는데 ㅠ 시간을 잘 못 알아서 결국 뛰면서 느긋하게 걷던 사람들과 트레스 깐토스 역에서 다시 조우. 집회 장소에는, 이미 행진을 시작했는지 텅 비어 있더군요. 물어물어 천천히 행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또 겁나 뛰었네요. 이번엔 광대가 제일 잘 달리고 이름씨 그리고 저. 집회에 간다고 이렇게 뛰어보기는 난생 처음이었어요.

여기 집회의 특이점은 청소차와 경찰이 한 조를 이뤄요. 사람들이 행진하면 뒤에서 경찰과 청소차가 따라오면서 거리를 확 휩쓸더군요. 청소라기보다는 뭔가 위협하는 기세랄까. CNT 주최 집회여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연주도 구호도 훌륭했어요. 구호는 국가를 죽여라! 아나키 만세! 무에르떼 알 에스따도! 비바 라 아나뀌아! muerte al estado, viva la anarquia!
집회에는 개도 있고, 부모를 똑 닮은 개가 있고, 주정뱅이도 있고, 펑크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노인도 있고, 동양인도 셋 있었네요. 크게 다를 바 없는 집회였어요. 다만 여기선 바이올린을 켜고 플롯을 불어요.

다섯 시에는 나찌 집회 장소에 가서 대치한다고 하더군요. 친절한 루시아씨가 위험한데 갈거냐고 묻더군요. 아마도 가게 될 거라고 얘기 했는데, 어리버리 하는 사이에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루친, 갸토와 함께 나찌 반대 집회에 가겠다고 한참을 걸었는데, 도착한 곳은 채식 뷔체,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됐어요! 여하튼 겁나 짠 중국 채식뷔페에서 밥을 먹고 물어물어 다시 집회 장소인 추에카 광장으로 이동.

가는 길에 스쾃센터에 들렀는데, 저녁 7시에 문을 연다네요. 집회 끝나고 들르기로 했어요.

가는 길에 만난 공식 덕후 모임. ㅋㅋ 어디에나 덕후는 있어요! 세상의 모든 덕후들이여 단결하라! 루챠! Lucha!

나찌 집회는 겁나서 멀리서 한 장 찍은 게 다예요. 인종주의자들이라서 가까이 가지 말라는 무지막지한 경고 때문에 무서워서요. ㅎ

가까이 가면 경찰들이 마구마구 꺼지라는 듯 손짓해요. 나름 자전거 여행이고, 아직 자전거는 제대로 타지도 못했는데 쫓겨날까 봐 안으로는 못 들어갔어요(자전거는 아직 지하 주차장에 있어요.). 기자증을 찬 사람들만 별 제지 없이 들락거리더군요. 이곳에서의 구호는 나찌 반대였어요. 경찰 바리케이트에 막힌 CNT 사람들과 광장에 모인 군중이 서로서로 구호를 외쳐가며 응원하더군요. 어디에서나 자연스러운 흑적기!

추에카 광장! 추에카 역은 LGBT거리래요. 거의 대다수의 바가 게이 바거나 레즈비언 바라고 하네요.

스페인과 남한이 닮았다는 말을 경찰의 행태를 보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네요. 저 총은 뭔가 했는데, 공포탄을 발사하더군요. 그리고 공포탄 발사하면서 몰이하듯 집회 군중을 향해 달려가고요. 불심검문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데, 심지어는 누가 봐도 액세서리인데 그걸 문제 삼아 검문하더군요.

마드리드는 9시나 돼야 해가 져요. 계속 경찰과 CNT가 대치하고 있다가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우리는 스쾃 센터로.

노동절이라서 파티가 열렸는데, 우리 같은 어중이떠중이도 보이고, 어떻게 봐도 쟁이인 사람, 그리고 침낭 메고 온 사람들이 퍽 많더군요. 자전거 공방도 따로 있고요. 평시에는 이곳에서 요가도 하고 뭐 이런저런 일정으로 꽉 차 있는데 오늘은 빠르띠도(partido)!
광대의 얼굴이 오늘 내내 엄청 환하더군요. 피크는 여기 스쾃센터! 이름씨는 어떤 아줌마와 얘기를 하더니, 그 아줌마가 데려온 친구랑, 또 그 친구의 친구랑 끊임없는 대화를! 저는 담배 한 모금 빨고 죽을 것 같아서 내내 밖에 있고. 뭔 담배가 이리 독한지 죽다 살아났어요.

렌페는 끊겼고, 자전거는 루친에 집 지하 주차장에 있으려나. 1시간 10분 정도를 경보하듯 걸어서 버스 정류소까지 갔어요. 그리고 한 시간에 한 대 있다는 심야버스. 아저씨 운전이 청룡열차인가 했는데 내릴 즘에는 바이킹으로 바뀌더군요. 기사님이 다른데 내려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여차여차해서 무사히 도착했어요. 광대가 지피에스를 켜고 우리 목적지에서 멀어지는지 가까워지는지 계속 확인. 숙소에 도착하니 4시더군요. 바로 누웠는데, 괜히 담배는 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네요.

5월2일
계획상 내일이 마드리드를 떠나는 날이에요. 아침에 루친과 어머니 신선태, 갸토와 함께 아침 식사를 했어요. 모두들 굳어 있는 표정. 그러나 우리에게는 김치, 빠따따, 위스키, 데낄라가 있어요.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루트를 세 가지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사라고사를 들르느냐, 발렌시아로 가느냐, 그냥 산을 가로지르느냐. 결국, 최단거리인 산을 가로지르기로 결정!

일주일 정도는 전기도 물도 없을 거라는 예상에 우선은 3일 치 먹거리 장을 보고,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정리중이에요.

제 자전거 휠셋은 급하게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문제가 있네요. 로터가 휘어서 손으로 대강 펴고 쓱쓱 거리는 소음은 무시. 바퀴가 브레이크에 철석같이 붙어서 안 떨어졌는데 그래도 좀 굴러가는 것 같아요. 내일부터는 드디어 자전거 여행이 시작돼요. 곰팡내 나는 주차장에서 나와서 한 것 없이 정비 중!

마지막 밥을 먹고 부랴부랴 글만 써서 올리고 출발!
엄청나게 맥이 끊기지만 나중에 사진을 기대하세요! ^^;; 원래는 사진에 대한 설명글이었는데, 스페인에서도 게을러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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