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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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희미하게 가로등만이 멀찍이 섰고 물안개가 자욱하게 길을 덮었다. 숨을 들이 쉴 때마다 온통 습한 비린내가 폐를 진동한다. 숨이 급하게 가빠오고 팔이 올라가질 않는다. 간혹 지나는 이들의 눈빛이 성가셔도 멈추지 않는다. 조금만조금만 하면서 예까지 왔다. 다 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정수리부터 송글거리던 땀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른다. 그것이 이마를 따라 눈에 고였을 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아픈 날들은 아무리 쥐어짜도 안 나오던 것이 고작 땀 한 방울을 못 이기는 게 괜히 억울했다. 이참에 막 울어볼까 싶어서 멈춰 선다. 어두웠고, 여기는 지나는 이들도 없고, 한참 멀리 낚시꾼들만 졸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가만히 섰는데 소리가 들린다. 풀벌레 울음으로 강물이 흔들리고 먼데서 빛들도 따라 흔들린다.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다시 강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을 한디위 지나서도 멈추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다. 온 몸의 맥이 두근거리며 요동칠 때 모든 게 아팠다. 어느 한 구석 남김없이 아팠다. 한참 온 몸을 들썩였다.


카테고리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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