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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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섬 하나쯤은 품고 있대. 거기에선 비밀이 자란대, 비밀이 마음보다 커져 마음을 삼키는 날이면, 무거운 해를 이고 가는 이를 만나게 될 거야. 그러면 그에게 바람이 어디서 불어 오냐고 물어보렴.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 곳, 구름보다 먼저 보낸 마음이 닿은 곳. 그곳에다 비밀을 묻고 안녕하고 말하렴. 손을 흔들어도 좋고, 고개를 숙여도 좋아, 그래도 안녕이라는 말을 잊어선 안 돼. 천천히 싹이 돋고 구름보다 크게 줄기가 자랄 거야. 그걸 타고 오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대. 거기에선 만화영화가 시시하지 않고, 붕붕도 만나고, 재키도, 바람돌이도 만날 거야. 붕붕에게선 엄마를 찾던 모험을 듣고, 해를 지나가면 하록선장도 만날 수 있어. 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아르카디아호와 함께 깜깜한 우주를 날 수 있어. 하록은 사실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플레이아데스성단에 이르면 셈야제를 보게 될 거야. 그는 지구에서만 34번을 태어났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 그에게 물어봐 주렴. 어떻게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될 수 있는지. 그걸 내게도 알려주렴. 그러면 아침까지 잠 못 이루며 이런 헛나발을 불지 않아도 되겠지. 깊은 꿈속에선 비밀도 잠을 잘 거야. 그러면 비밀을 묻고 싹이 돋기를 기다릴 거야. 다시 기차를 타고 철이와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친구를 찾아 노래하자고, 손뼉치자고 조를 거야. 짝짝하는 박수 소리에 우주는 아름답겠지. 쿵짝쿵짝 쿵짜라쿵짝 ~ 네박자 따위가 더는 귓가에 윙윙거리지 않겠지.


카테고리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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