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아르 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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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혹시, b님과 함께 아노아르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5월 말(24일?)에 면회를 다녀오고는 처음인데 많이 야위었네요. 그간에 눈병으로 고생이 심했답니다. 지내는 건 워낙 출입국과 많이 싸워서 이제는 아노아르 사정을 어느 정도 봐준다고 하네요. 주변의 다른 이주분들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노아르에게 얘기해서 무슨 해결사처럼 됐더군요. 지금은 중국인들과 같이 있어서 퍽 답답하다고 합니다. 방안에 몇 사람이 있는데, 서해 EEZ에서 고기를 잡다가 잡혀온 중국인 어부들이라고 합니다. 그들끼리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너무 떠들어서 잘 못 쉰다고 하네요. 보호소 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나라끼리 한 방에 있다고 합니다. 아노아르도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더니, 따로 독방을 줄까 묻더랍니다. 심심해서 싫다고 했데요. 말이 안통해도 몸짓으로 할 만큼은 소통을 한다고, 그게 그래도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하더군요. 🙂 아노아르가 청주 보호소에서 지낸지 벌써 2달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제스처가 안 나오고 있습니다. 뭐랄까 국가인권위에서 보호해제 권고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과연 법무부에서 받아들일지 미지수 입니다.
현재 인권위에서 몇몇 단체를 통해 보호소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인권연대, 아름다운 재단 변호사들, 설동훈 교수 등등으로 꾸려졌는데, 단속 할 때의 위법사항이라던가 보호소 내에서의 처우, 보호소 안에서 통역 문제 등등에 대해서 세세하게 조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크리스티안 같은 경우 화성보호소에서 목동으로 다시 온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목동은 실태조사가 끝났는데 화성은 아직 안했답니다. 그 보호소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들을 빼돌렸다는 얘기지요. 크리스티안이 화성에 남아있으면 보호소 실태나 단속 과정에 대해서 출입국을 여러모로 귀찮게 할 여지가 다분한데 이를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입니다. 부지런한 것들. 동행한 분 중에 조사에 직접 참여하고 계신분이 있는데 조만간 자료가 나올 거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인천 출입국에 대해서 들었는데, 짜증이 확 치밀더군요. 인천에 감호된 이주분들 중에서 3분의 1이 여성입니다. 법무부 규정상 여성 감호자들에게는 여성 직원들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인천 출입국에는 법무부 직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조사하러 나갔을 때, 이주여성들이 조사자들 중 여성분들을 붙잡고 엉엉 울더랍니다. 들어보니, 지금까지 생리대는 지급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샤워 실은 남녀 공용이고, 윽박지르는 것 때문에 뭔가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조사 자료가 나오면 얼마나 황당한 경우를 견디고 분노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청주의 경우도 방마다 cctv가 설치 됐다고 하는군요. 보호소 내의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주 분들에게는 단 한 벌의 옷만 지급 됐을 뿐인데, cctv로 한 사무실에서 모든 방을 감시하는 것부터 화장실의 문 높이가 반 밖에 안 되는 것 등등 불편함과 수치심에 대한 얘기를 하더군요. 어서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 인권위의 권고가 반영돼서 비인간적인 단속과 연행, 보호소 내의 처우가 바뀌길 바랍니다.
늦었지만 오늘 2시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에 대한 결의대회가 있습니다. 비가 안 온다면 작은대안무역은 부스를 차리고 함께 할 계획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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