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

사무실을 나와 씨네 큐브에서 스파이더 릴리를 보고, 교보에 들렀다. 오선지 노트를 한 권 사고 아티스트 웨이를 들춰보다가 퍼뜩 술을 마시면 어떨까란 생각에 홍대로 갔다. 스트레인지 프룻엔 못 보던 강아지가 있다. 씨껍한 눈빛으로 사람을 경계하는 게 퍽 애처롭다. 녀석은 쓰다듬으려면 한 발 주춤 물러나곤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손을 내밀면 녀석도 손을 내민다.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다. 안고 싶어서 양손을 내밀었는데, 그만 손가락을 문다. 뭔가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게 역력하다. 미안하다. 말없이 안으려고 하다니. 아무도 없는 스트레인지 프룻은 스트레인지 하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모처럼 밤에 잠을 잤다. 어느 순간 하염없이 졸렸고, 꿈은 계속 됐다. 그는 그 시간에 서울 4구역에 있었다고 했다. 나도 4구역에 있었다. 4구역이 어딘지 친구에게 물었더니, 광화문과 교보 일대라고 한다.
그 4구역에서 나와 집 앞을 지나는데, 어제 꿈의 할아버지가 손수레에서 수박을 팔고 있다. 수박을 살까 해서 몇 개를 두드려본다. 통통 소리가 좋다. 한쪽 구석에 있는 수박은 잎이 나고 있었다. 더 싱싱해 보여서 그것들을 두드리는데, 끼익끼익하고 소리가 난다. 할아버지는 이 수박은 팔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왜요? 라고 물었더니 어서 가서 다시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째서요? 라고 다시 물었더니 이 수박들은 해골 밭에서 자라는데, 아직 양분을 다 취하지 못해서 잎이 나고 있단다. 완전히 죽지 않았단다. 죽은 수박은 텅 빈 소리로 통통거리고 아직 살아있는 것들은 고통으로 끼익끼익 신음한다.
문득 마음을 두드려볼 수 있을까 싶었다. 통소리마저 안 날까 봐 멈칫하고는 만다.
벌써 아침을 먹었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 편지는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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