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분들과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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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에서 389일간 농성투쟁을 한 동지들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큰 족적이 아니래도 스스로 변해가던 동지들. 동지들이 힘이 된다고 늘 고마움을 전하던 분들. 그러나 보다 많이 내게 힘이 되었던 분들, ‘동지’라는 말보다 아저씨 형 누나로 익숙한 분들. 농성 해단식 이후 자주 뵙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식사를 마님이 먼저 제안했었나. 며칠씩 골머리를 알아가며 겨우겨우 일 하나를 치른다.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1년이 넘는 농성동안 한 주도 빼지 않고 한 끼 식사를 준비했던 투밥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한지 진속에 베인다. 투정이 아니라 힘들더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고, 별 여력도 없었지만 눈인사만으로도 반갑다. 실은 난 그 정도면 족했다. 늘은 아니지만 한 번 쯤은 반가움으로도 자리가 빛 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죄다 지쳐서 늘어진 가운데도 회의를 멈추지 않는 지지모임은 대단할 뿐이다. 이 회의주의자들은 아무래도 병이지만 은근히 즐기지도 싶다. 웹진을 구상하며 쭈욱 나가다가 결국은 제자리, 그래도 꽤 많은 꺼리를 얻었다. 오는 길에 말들을 되짚다가 생각 속에서 헤맨다. ‘웹진’, ‘공동체’, ‘평가’, ‘활성화’ 등등을 징검다리로 건너다 오늘 자리에 못 오신 분들에게로 간다. 함께 모임을 꾸렸던 분들.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는 거야’라고 내내 덮고 피해갔는데 그 분들과의 소통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활성화’를 말하기 전에 했어야 할 일들이다. 어쩌면 좀 더 사적일 필요도 있다. 소통의 방식에 전제를 둔다는 것은 여러모로 입지를 줄인다. 근시다. (나는 사실 당신들한테 관심이 많다구.)
방을 치우고 싶어졌다. 말끔하게, 생각도 따라가렴. 안경을 안 닦아서 눈이 뿌연지 담배연기로 그런지 모르겠다. 둘 다일 거야. 아주아주 깊게 잠들 테다. 좋은 꿈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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