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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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갈 채비를 하는데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뒀더라 끙끙거리며 뒤적이다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본다. 웬 음악이 나오기에 잘못 걸었나 싶어서 끊었다. 다시 번호를 확인해 가면서 전화를 건다. 웬 음악은 여전히 나온다. 생각해보니 지난달엔가 컬러링을 이용하면 싸이월드 도토리를 준다기에 신청했던 서비스다. 한 달은 공짜 라더라.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하겠지만 직접 듣는다면 ‘아 이 음악’ 하면서 아는 체할 것이다. 세레나데야말로 전화배경음악의 고전이 아니던가. 주로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시고 ….” 할 때의 음악 말이다.
꽤 오래전에, 컬러링이 처음 도입됐을 무렵인가, 그때도 무료에 혹해서 신청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알아서 한 것은 아니고 TM을 통해서 신청하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신청 후 바로 너무나 신기해서 휴대폰을 옆에 두고 집 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랬다. 엄청난 기대를 품고 다이얼을 누르는데,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 잠깐의 기대감은 잔잔함 속에서 와르르르 무너졌다. “뭐야 이거. 이건 없는 번호입니다 할 때의 배경음악 아냐” 혹은 “…다이얼이 늦었으니…..”
속은 기분에 휩싸여 당장 취소하겠다고 SK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해지하겠다고 했더니 이용료를 내야 한단다. 아니 신청한 지 2분 됐는데 게다가 당신네가 무료라고 해서 한 건데 무슨 사용료냐며 침 퍽퍽 튀기며 말이 되냐고 따졌다. 그래도 상담원은 하루분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료는 무슨 사용료냐며 꽤 큰 소리로(그 상담원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만은)“대체 하루 사용요금이 얼만데요?”라며 따졌다. 그 상담원, “고객님 하루 이용료는…” 말을 못 잇는다. 괜히 의기양양 더 큰 소리로 하루 사용료가 얼마냐고요? 라며 따진다. “고객님, 컬러링 하루 사용요금은…. 20원입니다”. 그랬더랬다.
그 하이든의 세레나데가 지금 내 휴대폰 컬러링이다. 없는 번호처럼 보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아직도 그게 뭐야? 라는 사람은 내게 전화를 해보렴. 너무 돌아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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