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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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언제 다녀갔나 싶었을 무렵일까 참세상에서 ‘이꽃맘’이라는 이름의 기자를 봤다. 워낙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분이라 자주 이름을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이꽃망울’이라는 이름의 처자인데 3대 만에 집안에 여자가 태어나 할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란다. 고운 이름이고 이름만큼 사람도 고왔지 라고 기억해 본다. 이름이 생각 속에서 떠오르거나 혹은 기억들이 아무렇지 않게 아는 척하는 것과는 다르게 요전에 그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 않더라. ‘아무렇지 않다’는 뭔가 풀어야 하는 실타래를 가진 관계처럼 보이니 그보다는 ‘스스러웠다’ 정도가 맞겠다. 그날 ‘어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인사를 건 내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난 후 그 앞에 서서 아는 척하기가 껄끄러웠고, 그로 좀 전까지 익숙하던 공간이 갑자기 불편해 지는 것이다. 이런, 되짚어보면 불편해할 사이라기보다는 우연한 만남을 두고 서로 호들갑 떨며 반가워했을 법도 한데 말이다. 낯모르는 얼굴들이 관계를 맺어가며 스스러운 마음을 떨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다시 스스러워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여하튼 그 자연스러움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고 늦었지만 안부를 묻는 것이다. 타이밍은 아무 데서나 중요하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꽤 오래전인 데 5,6년 전일까, 그를 부르는 호칭은 ‘꽃’을 빼고 망울이라고 불렀다. 그 무렵 나는 동생 손전화에 더부살이하고 있었다. 동생이 군대 가 있는 사이에 잠시 그의 손전화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동생이 휴가를 나왔을 때는 손전화를 돌려주곤 했다. 그 즈음이었을 게다. 망울이에게서 온 전화를 동생이 받았다.
동생이 “네.. 여보세요?”하는데 “망울이~”라는 말만 들렸단다. 동생이 칼진 억양으로 “네?”라고 반문했더니 다시 들려온 소리는 역시 “망울이~~”였다. 슬슬 짜증이 난 동생은 신경질적으로 “네 뭐요?”라고 물었단다. 그래도 들리는 소리는 “망~~우~~~~리~~~~~~~”였단다. 동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여기는 신길동”하고는 전화를 뚝 끊었단다. 그날 동생은 망우리에서 전화 왔다고 전하더라. 그 밤 많이 웃었는데.
생뚱맞게 ‘이꽃맘 기자’ 이름에서부터 많이 왔다. 그에게도 내게도 시간이 흘렀고 다른 세월을 쌓았을 게다. 거기 어디쯤에서 이제는 스스러워진 ‘이꽃망울’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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