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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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아직 매직스트레이트 같은 게 없던 날들이다. 동생이 파마를 했다. 갑자기 웬 파마냐면, 빠마링크와 퍼머링크를 읽다가 애먼 기억이 알은체하기에 가로새는 게다. 곱슬머리에게 찰랑찰랑 생머리는 매력적이고 유혹적일 때가 있다. 오늘처럼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머리카락이 푸석푸석 꼬이면서, 마음까지 꼬이기 일쑤니 말이다. 동생은 대학 입학식 전후로 해서 파마를 했을 게다. 좋아라하며 과 동기들을 만나러 간 날, 주위의 시선은 윤기 흐르는 머리를 부러워하는 게 분명했단다. 누군가 “파마 한 거야?”라고 묻는 말에 “응 잘 됐지”라며 조금 으쓱했는데, 그 옆의 친구가 한 마디 거들었단다. “와 이 웨이브 되게 잘 됐다!”…………….. “스트레이트 한 건데…….”

담배 사서 어정어정 들어오는데, 우리 집 담벼락 적시는 비가 오네, 비가 와,
굼지럭 누웠는 방에서도 길 향해 열려있는 창틈으로,
이유 없이 3월이다

비가 와서 하필 들고 나간 게 장석남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책살마다 누렇게 손때가 졌네. 그립자고, 그립지 말자고 읽었을까, 거기 어느께에 마음도 묻혔는지 들춰봐도 비가 그치지 않네.


카테고리 Mon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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