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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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까지 함께 있을 아깽이. 태풍 갈매기에 업어왔다고 태풍이로 부르기로 했다. 그 많은 비를 혼자서 쫄딱 맞는 걸 콩이 데려왔다. 한가한(감사할 때가) 내가 며칠 맞기로 했다. 이쁜 태비이다. 사내이고 꼬리 끝이 약간 휘었다. 무엇보다 이 억울한 눈빛, 사랑스러워. 아롬과 메이는 멀리서 코를 킁킁거리며 태풍의 냄새를 쫓고 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삼각편대로 가만히 서로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 돼냥이들 틈에 있으니 더더욱 작아 보인다. 한 3주 됐으려나 이제 막 걸음을 뗀 아깽이다. 잠시 잠깐이라도 사이좋게 지내자꾸나.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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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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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일정은 열흘을 잡고 있지만, 더 길어질지 한 사흘 만에 죄다 팽개치고 돌아올지 모르겠다. 걸리는 한 가지는 디디홍진의 결혼인데 부디 갈 수 있기를! 부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유가 되면 남도를 돌 생각이다. 계획은 이게 다다. 패니어에 짐을 다 실을 수가 없어 트레일러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을 뒤져 무려 25만 원이나 하는 트레일러로 마음을 굳히고 판매자와 통화를 했다. 재고가 없으니 본인 것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빌려왔다. 아, 아, 요 구석에서 감사를. 이제 곧 출발이다.
아롬은 가장 시원한 유리 위에 올라 대자로 퍼져 잠을 자고 있다. 너도 꿈을 꾸니? 메이는 방바닥 한가운데서 시체처럼 뻗어 있다. 더운 날이다. 비 소식보다 기다려지는, 날들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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