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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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섬 하나쯤은 품고 있대. 거기에선 비밀이 자란대, 비밀이 마음보다 커져 마음을 삼키는 날이면, 무거운 해를 이고 가는 이를 만나게 될 거야. 그러면 그에게 바람이 어디서 불어 오냐고 물어보렴.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 곳, 구름보다 먼저 보낸 마음이 닿은 곳. 그곳에다 비밀을 묻고 안녕하고 말하렴. 손을 흔들어도 좋고, 고개를 숙여도 좋아, 그래도 안녕이라는 말을 잊어선 안 돼. 천천히 싹이 돋고 구름보다 크게 줄기가 자랄 거야. 그걸 타고 오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대. 거기에선 만화영화가 시시하지 않고, 붕붕도 만나고, 재키도, 바람돌이도 만날 거야. 붕붕에게선 엄마를 찾던 모험을 듣고, 해를 지나가면 하록선장도 만날 수 있어. 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아르카디아호와 함께 깜깜한 우주를 날 수 있어. 하록은 사실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플레이아데스성단에 이르면 셈야제를 보게 될 거야. 그는 지구에서만 34번을 태어났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 그에게 물어봐 주렴. 어떻게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될 수 있는지. 그걸 내게도 알려주렴. 그러면 아침까지 잠 못 이루며 이런 헛나발을 불지 않아도 되겠지. 깊은 꿈속에선 비밀도 잠을 잘 거야. 그러면 비밀을 묻고 싹이 돋기를 기다릴 거야. 다시 기차를 타고 철이와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친구를 찾아 노래하자고, 손뼉치자고 조를 거야. 짝짝하는 박수 소리에 우주는 아름답겠지. 쿵짝쿵짝 쿵짜라쿵짝 ~ 네박자 따위가 더는 귓가에 윙윙거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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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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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움직이는 것들, 가만히 흩어지다 쌓이다 헐겁게 덩이진다. 고양이들처럼, 덩이진 것들을 신기한 양 굴리며 놀 수 없다면 내비두는 수밖에. 중력 없이 떠다니다 중력으로 엉키고. 그렇게 생각일랑 떠다니든 말든, 마음 가는대로 몸도 가다, 마음이 닿으면 어쩔 수 없고 마음이 다해도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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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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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하고 있다. 되돌려도 똑같다. 나를 안다. 일하고 싶지 않다. 빌어먹고 싶다. 자전거를 정비했다. 타이어를 바꿨다. 산은 도통 가지 않았다. 학교 가는 날은 뒷산이라도 돌았다. 날마다 출퇴근만 하고 있다. 슬릭타이어로 바꿨다. 출근길이 5분 단축됐다. 기쁘지 않다. 천천히 페달을 밟고. 마실 돌듯 타고 싶다. 행복하지 않다. 재미없다. 귀.찮.다. 귀걸이를 잃어버렸다. 슬펐다. 또르르륵 하수구 구멍으로 흐르는 소리.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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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반대 -마이그런츠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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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네 번째 마이그런츠 아리랑 사진이에요. 작년에는 그래도 몇 발짝이라도 움직이며 찍었는데, 올해는 핫케이크만 굽다가 퍼뜩, 사진이나 찍자는 생각에 꿈쩍도 안 하고 찍은 사진들입니다. 엄마들이 아무리 가자고 달래도 아이들은 핫케이크 먹겠다고 꿈쩍 않고 기다리더군요. ‘저요~! 저도 먹을 거예요!’라고 손까지 들어주며 기다려 준 아이들을 위해 기쁜 맴으로 열심히 구웠어요. ㅎ 덕분에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이 몇 장 있어요.

전날 희망무역페스티벌에서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마이그런츠 아리랑에서는 판매는 뒷전으로 하고, ‘강제추방반대’ 캠페인만 쭈욱 갈 수 있었네요.

마지막 사진은 4년 만에 본 마닉이에요. 반가워라~
다시 한 번 “강제추방 반대!!!”, “스탑 크랙다운!!!”
“이주노조 토르너 위원장, 소부르 부위원장을 즉각 석방하라!!!”
“이주노조 지도부를 표적단속 강제연행한 이명박 정부 강력히 규탄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이주노조 인정하라!!!”
“야만적인 인간사냥 정부 집중 합동단속 즉각 중단하라!!!”
“출입국 단속반 해체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어찌 지내느냐고 묻는 분들께.
미친 듯이 바쁘게 잘 지냅니다. 당분간도 계속 바쁠 것 같습니다. 두 달 조금 넘게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엄청 건강해졌습니다. 날마다 자전거는 꾸준히 30km 정도를 탑니다. 아롬은 두 눈을 뗑그렇게 뜨고 쳐다보고 있고, 메이는 돼냥이가 돼서 먹고 자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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