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들이 멀찍해지면서 두고 간 것은 맞추려 해도 좀처럼 맞지 않은 아긋한 조각들 만이다. 꼬맹이였을 적이다. 난 일곱, 동생은 겨우 네 살, 이었을까, 서로 수박을 조금 더 집어 먹으려고 했는지, 삶은 달걀을 꾸역거렸는지, 왜 배가 아팠는지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랬다 치는 수밖에 없다. 마당 구석에는 뒷간이 있었고, 오줌이라도 쌀라 치면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등골이 쭈뼛하며 햇빛 밝은 날에도 볕 따뜻한 날에도 좀처럼 환하지 않은 곳이었다. 스물 거리며 올라가는 고자리들이 등 어디쯤을 헤집고 있는 것 같고, 신발 밑창의 구멍을 통해서 발가락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날, 삶은 달걀이었을까 수박이었을까 그것을 먹고 배를 움키고 뒷간에 갔다. 누구 먼저 할 새도 없이, 동시에 들어가서 삐그덕 거리는 널빤지에 올라 등을 맞대고 바지를 내리고 쪼그려 앉았다. 평시보다 판자 우는 소리가 컸고 가끔씩 텅 텅 하고 울렸다. 신문지를 서로 구기면서 우리는 뭔 얘기를 했었나. 갑자기 뒷간 문이 열리고 옆집 살던 형과 그의 누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예예 야네들 좀 봐라. 어쩜 둘이 등짝을 맞대고 똥간에 앉았냐.” 형아야 누이야, 그 똥간에서 엉덩판 부비 던 동생이 이젠 어른이 됐다. 저기 있는 기억들 매만졌다고 그게 뭐 메어질 일이라고 몸 따라 맘이 아프다.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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