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안무역은 강제추방 이주노동자와 지속적으로 연대를 모색하던 중 시작하게 됐다. 그간의 사정이 여러 것이 겹치나 활동을 지속하면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내가 읊조리던 동력은 생활에서 발견해 내면 그뿐이다.
기존에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모임은 후원사업의 하나로 배지를 팔거나 모금이 주 활동이었다. 주로 집회에서 한정된 공간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알차게 진행됐다. 그런데 이 모금을 지속한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안무역 얘기는 이전부터 나왔지만 그 사업의 진행 중에 생기는 책임을 떠맡을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고, 모임의 역량 밖이라고 생각하고는 번번이 미뤄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죽이되 든 밥이되 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노동절부터 시작하게 됐다.
4 30. 여의도 노동절 전야제
5 01. 광화문 노동절 집회
5 08. 종로 부처님오신날 행사
5 14. 대학로 평화를 위한 난장
5 17. 서강대 문과 학생회 이주노동자 사업과 연대
6 02. 숭실대 열사추모제 이주노동자 사업과 연대
무모했는지 모르지만 시작 이후 역량만큼 꾸준히 만들어 가는 셈이다.
온라인에서도 맞물려 작업을 진행했는데 얼마 전에 ‘작은 대안무역’ 사이트가 완성됐다. 도착한 작품들을 올리는 일이 남긴 했는데, 무거운 짐을 한껏 덜고 갈 수 있으니 진척이 빨라 질 것이다.
아래는 작은 대안 무역을 소개하는 날림 글이다.
2003년 겨울부터 2004년 끝 무렵까지 389일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이 있었습니다. 1년이 넘는 투쟁을 해왔던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접었을 때 그들이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쳐버린 몸을 뉘일 방 한 칸도 없었고, 당장 생활을 이어나갈 돈도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호의적인 조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털터리인 채 한국 사회 속으로 다시 숨어들어야 했습니다. 외려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 시행 성과를 내기 위해 강력단속기간을 정하고 무자비한 단속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단속과정 중 어디에도 인권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일하는 공장에 들이치는 것은 기본이고 보행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여권을 검사하는 게 아니라 우선 잡아간 후 안에서 검사하는 가하면 심지어는 가정집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단속을 벌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단속 속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고국으로 쫓겨 가게 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지옥을 의미합니다. 그들의 귀향은 우리의 생각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오만하게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들의 삶도 없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추방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불의에 맞서 투쟁했던 대가를 고향에서 치르는 중입니다. 여기, 아니면 저기 어디에선가 삶이 계속되듯이 고통, 불안, 회한, 가난, 질병도 계속 됩니다. 비록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투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추방 이주노동자들과 끝까지 연대할 방법을 모색했고, 그 일환으로 “작은 대안무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조그만 힘이라도 보탤 생각입니다.
‘작은 대안무역’은 크게 세 가지 의의를 갖습니다.
먼저, 네팔과 방글라데시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가내수공업의 형태로 옷을 만듭니다. 우리가 우리의 의의를 설명하고 주문을 넣게 되면 한 마을의 여성들이 집에 모여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로서 여성들의 연대를 고취시킵니다.
둘째,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이나 가족들과 한국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연대를 촉진하게 됩니다. 서로 떨어져 있게 된 가족들 사이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대화를 속개하게 될 것입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여성문제에 대해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연대하며 투쟁하고, 한국의 이주노동자 투쟁에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이 연대하여 투쟁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여성들과 추방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한국 내의 이주노동자들과 한국 사람들 간에 삶의 공통적인 문제들을 공유하면서 연대를 튼튼하게 짜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대안무역’을 통해 네팔과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삶을 알리고,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알리고, 또한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알리는 소식을 함께 실어 나를 생각입니다. 이 ‘작은 대안무역’에는 계약서만 서로 주고받고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투쟁소식과 삶의 다양한 억압들에 대한 대안들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작은 대안무역’에서 다루는 작품들의 최종소비자는 작품들과 함께 이 모든 소식들도 접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대안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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