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헌책방 앞에서 잠시 앉았는데, 지나는 이가 헌책방은 한 번도 안 가봤다며 옆 사람에게 중고는 너무 더럽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선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팔자에 헌책방이 없는 걸 권한다고 될 일일까 싶어 말았다.
중요한 건 헌책방의 책들 대개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더럽다’는 것은 손 떼 묻으며 자연스럽게 책이 낡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곱게 나이를 먹은 책과 전 주인에게 함부로 대해진 책은 확연히 모습이 다르다. 찢어지고, 비 맞은 자욱하며 볼펜으로 찍찍 마구잡이로 밑줄이 그어진 책을 상종하고 싶지 않기는 누구나 매한가지일 게다. 그래도 대개는 걸레로 한번 쓱 닦아 주면 새 책처럼 반짝이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 정도 수고는 즐길 수 있어야 헌책방이 훨씬 신나고 재미난 곳이 된다.
책을 애지중지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보고 마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 시절 신줏단지 모시듯 책을 대할 때가 있었다. 날마다 책을 보는 게 아니라 닦는 게 일과였는지라 앞의 수사가 그닥 민망하지 않다. 장정일처럼 책에 지문 묻는다며 손을 씻고 책을 읽은 것도, 초판만 고집하는 것도, 책에 볼펜 따윈 절대 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책을 닦을 때만큼은 나도 손을 닦았다. 열심히 닦고 빛나는 책을 보고 있으면 장서가니 애서가니 하는 휘장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헌책방 글을 마무리 지으며 이왕 쓰는 글 알뜰한 도움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다녀 본 곳 중 ‘어디 헌책방이 좋다더라’ 혹은 소개하는 것은 몫이 아니기도 하고 능력도 안 되는지라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말을 주섬주섬 담아 볼 참이다. 그러니깐 이 얘기는 헌책을 새 책처럼 만드는 나름의 노하우인 셈이다.
책과 노는 색다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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