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인센티브 대신 임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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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정부는 ‘비전2030-인적자원활용 2+5전략’을 발표했다. 현재보다 2년 빨리 일을 시작하고, 퇴직 시점은 5년 더 늦추겠다는 방안이다. 비전2030의 핵심은 병역제도 개선방안에 있다.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부과하여 현역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고, 유급지원병제 등을 도입하는 식으로 대체복무제(전환복무제)를 단계적으로 폐지 사회복무제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병역 면제 대상이었던 5급자(제2국민역)도 사회서비스 분야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며, 원한다면 여성이나 상대적으로 장애가 덜한 “장애인(국방부가 제시한 사례는 손가락 장애나 인공 눈을 시술한 자 등), 혼혈인, 귀화자” 등 기존에 배제됐던 이들도 사회복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비전2030 전략의 가증스러움은 실상 전 국민의 군사화를 사회복무제라는 외피를 씌워 ‘사회봉사활동’ 인 양 보이게 하는 데 있다. 사회복무제가 시행된다면 군사 활동이 아니라 사회봉사 활동이니까 ‘여성도 문제없다’, ‘장애인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여성이나 소수자의 사회복무 참여를 요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또 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이나 소수자들에겐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 것이고, 이와 맞물려 병역 이행에 대한 ‘보상’ 문제가 슬슬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4월 21일 최운 국방부 인사복지본부장은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위헌으로 판결이나 폐지됐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또 그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군 복무에 따른 가산점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 위헌 결정을 내려 폐지됐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주목할 것은 ‘평등권’에 있다. 군 가산점은 군필자와 병역의무에서 배제됐던 “비국민” 간 야기되는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는 군필자’에게는 필요없는 ‘인센티브’였으니, 군필자 간에도 동등하지 않은 것이었다.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군 복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제대로 된 인센티브라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 ‘인센티브’는 평등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하며 국가로부터 ‘배제되는’ 이들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군필자에게 주어진 인센티브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가산점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군 복무를 노동으로 보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군 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한 적이 없다. 제대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하루 동안의 직무라는 것도 주로 작업과 근무인 셈인데, 따지고 보면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멀쩡한 산의 풀과 나무를 베는 일이라든지, 연병장을 계속해서 넓히는 삽질의 이유 등은 저 위에 있는 상급자들만이 알 일이다. 군 경험에서 돌아보기 끔찍한 것들은 차치하고라도, 분명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엄청난 인력들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2개월 동안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가 굳이 보상하겠다면, 인센티브같은 헛나발이 아니라, 복무 기간을 합산해서 이에 맞는 최소한의 임금 즉, 최저임금 이상 지급해야 한다. 가산점과 같은 인센티브는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과 비시민의 위계질서를 더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국가가 모든 군필자에게 이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안 된다면, 처음부터 지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꼭 필요한 인원만을 충당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대체복무제를 점차 축소하고 사회복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무’를 가장하여 더 많은 사람의 노동력을 헐값으로 부려 먹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군 인력을 축소해나가야 할 시점에서 국가가 여전히 국민을 군사화시키고 더욱 강력한 국가 통제 아래에 두겠다는 의도이다. 이쯤 되면 국가가 강제로 부여한 병역 ‘의무’가 가당키나 한지 돌아보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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