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를 눌렸다가 깼다. 어지간하면 그냥 잘 터였을 텐데 거기서 울음이 끊이질 않는다. 꿈에 김승희 할아버지란 사람이 나왔고, 그는 죽은 아이들을 조각하고 있다. 그 조각물을 보면서부터 가슴이 미어지고 밖으로 신음도 새지 않는 통곡이 계속됐다. 엎드려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내게 누군가 와서 등을 토닥여 줬으면 하고 생각하자 방바닥에서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래층 벽에서 천장을 두드리는 것이다. 문을 열어달라는데, 방바닥 어디에도 문이 없었다. ‘문이 없어요’라고 생각하는 순간 의식이 선명해졌다. 천장에서 검은 손이 내려왔다. 컸다. 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서 나를 물끄러미 본다. 그의 눈빛을 피하려고 아무리 고개를 돌리려 해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문을 열어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반복해 말한다. 겨우 손가락을 움직이고 몸에 힘을 주어 발버둥 쳐도 잠깐이다. 깼구나 안도하면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열어 주세요.’ 소리가 날 때마다 눈물이 눈을 찌르고 아프다. 이대로는 계속 잘 수 없다는 생각에 안경을 찾는다. 뭐가 나를 보는지 똑똑히 보겠다며 주섬주섬 방바닥을 더듬었다. 안경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불을 켜고 안경을 찾는다. 보이지 않는다. 가방 안에 있을 턱이 없지만 나도 모르게 가방을 연다. 안경이 있다. 안경을 쓰고 의자를 바라봤다. 그가 아직 나를 보고 있다. 선명하지 않다. 몸 어디쯤에서 감각 하나만을 찾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주세요’하고 의자에 앉아서 그가 말한다.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방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갑자기 어두워졌고, 안경은 사라졌으며 그는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깼다. 세 번 반복하다가 차라리 잠을 안 자고 만다는 생각에 일어났다. 시계는 10시 3분을 나타내고 있다. 10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이렇게 조용한 시간대였나. 차 소리도 없다.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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