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할아버지
어느 날
문익환 목사, 백기완 선생, 계훈제 선생
세 분의 통일 운동가가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골목 모퉁이에서 중고생 세넷이
담배 피웠어요
에익 이놈들!
백 선생이 호통쳤습니다
하늘이 찌르릉 울렸어요
아이 깜짝이야!
문 목사가 껄껄 웃고
계 선생이 아이들한테 다가가
담배 피우면 못써, 담배는 독약이야!
타일렀어요
아이들은 달아났어요
백 선생이 탄식처럼 한마디 했어요
저 녀석들 시대에는 통일이 와야 할 텐데.
김규동 / 창비어린이 2010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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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선생이 저리 함께 걸을 때면 내가 꼭 저 중고생만 했을까. 아니면 그보다 훨씬 어렸을까. 그날 그러면 그 골목에서 그 꼰대들. ‘담배 피우면 못써 담배는 독약이야!’ 선생님 어떡해요. 그때도 아직도 독약을 물고 있어요. ‘저 녀석들 시대에는 통일이 와야 할 텐데’에서 빵 터졌는데, 발화와 쓰기의 간극이 엄청나다는 것을 자판을 두드리면서 깨닫는다. ‘저 녀석들 시대’는 여전히 변함없네. 선생께서 통일 담론을 녹차 우리듯 우리는 게 아니었다니. 선생님 문득 죄송해요.
그나저나 오늘은 6•15공동선언 10돌인데, 21년 만에 화생방 대비 민방위 훈련한다며? ㅋㅋ
3월 15일 날 점심 무렵 일어나서 눈곱 떼고 어기 적 택배 부치러 가는데, 글쎄 차들이 죄다 멈춰 있는 거야. 버스도 택시도 자가용도, 심지어는 신호등에 사람들도 꼼짝 않기에, 아 뭔가 큰 사고가 났나 했지. 근데 조용한 거야. 이쯤 되면 빵빵거리는 차가 있을 법한데, 대낮인데 그 큰 거리가 고요한 거야. 그 사거리에서 민방위 훈련한다고 사람도 못 움직이게 통제하더만. 횡단보도 건너는 데 막아서다라고, 지금 훈련 중이니깐 움직이면 안 된다고. 못 간다고. 지랄. 도저히 니들 장단에 못 놀아주겠다며 건넜지. 천천히 느리게 볕에 취한 듯. 나를 제지하러 도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달려오는 당신이 보였어.
담배 피우면 못써 담배는 독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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