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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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일을 한다. 몇 달만 하고 말자며 시작했던 일인데 돌아보면 끔찍이도 오래다. 일주일에 두 번 많게는 세 번, 밤새 일을 하는데 올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첫 몇 년은 날을 새고 잠을 청하지 않고도 학교 수업을 별 탈 없이 마치고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을 자는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머리가 멍한 일도 없고 피곤이 일상에 미치는 탈은 없었다. 한 3년 전부터는 수업시간에 가끔 졸고, 제 작년에는 급기야 세미나 중에 졸다가 교수님께서 가서 세수하고 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결국 교수님께서 일을 당장 그만두라는 말씀까지 건 낸다. 서로에게 쉽지 않은 말이지만 좀 더 몸을 추슬러야지 하고는 말았다. 작년엔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일을 끝내고 학교에 가면 점심 무렵부터는 약 먹은 닭이 되고, 해거름 무렵이면 땅바닥에 마냥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것이다. 가까스로 집에 오긴 하는데, 잠들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결국 일을 마친 뒤 조금씩 선잠을 청하곤 했는데, 이걸 조절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갈수록 엉망이다. 몸의 리듬이 뒤죽박죽이 되고 생활 패턴도 마냥 따라가는 것이 꼴사납다.
잠시 쉬는 시간이다. 피곤이 잠을 짓이긴다. 1년 중 일이 가장 많은 날이라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데, 쌓여 있는 일을 보자면 정말로 진심으로 온몸으로 도망가고 싶다.
열심히 산다고들 착각하겠다. 그냥 투정일 뿐이다. 날마다 미친 듯이 빈둥거리고 싶다. 게으르고 느리게 뒤룩뒤룩 시간과 둥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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