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해러웨이의 <Receiving Three Mochilas in Colombia Carrier Bags for Staying with the Trouble Together>, 2019 를 옮긴 겁니다. 어슐러 k. 르 귄의 「픽션의 운반 가방 이론」을 인용하는 부분들은 이전 번역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이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에서 세 개의 모칠라를 받기
함께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위한 운반 가방
Receiving Three Mochilas in Colombia
Carrier Bags for Staying with the Trouble Together
Donna Haraway 도나 해러웨이 (부깽 옮김)
어슐러 K. 르 귄을 기리며
어슐러 K. 르 귄의 「픽션의 운반 가방 이론」은 1980년대 후반 처음 읽었을 때 내 핵심을 건드렸고1), 오늘날에도 거대한 위험의 시대를 함께 나아가기 위해 삶의 이야기들을 매듭짓는 과정 속에서 여전히 나를 풀어헤치고 다시 엮는다. 2019년 8월, 나는 보고타, 부카라망가, 산타마르타에서의 강도 높은 2주간의 현장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류학, 과학기술학, 예술, 환경인문학 분야의 동료이자 친구들은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그들의 작업에 참여시켰다. 그들의 작업은 다음을 위한, 그리고 다음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땅과 물의 보호와 회복, 토착민 공동체의 번영, 도시 거리 사람들을 위한 비폭력적 공간 만들기, 작물 파괴와 마약 전쟁, 개발 사업으로 삶이 무너진 농민들에 대한 보상, 아프로-콜롬비아인들의 삶과 문화를 지지하는 일, 깊고 넓은 자연적·사회적 정의와 돌봄의 실천. 이토록 겹겹이 쌓인 복잡성과 되살아나는 고통의 땅에서 내 친구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내밀한 평화와 공적인 평화를 꿰매고, 매듭짓고, 짜고, 수놓으며 일하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다시금 풀려나가더라도 말이다. 콜롬비아의 내 친구들은 뼛속 깊이 알고 있다. 르 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일의 중요성을. ‘다른 이야기,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말하는 일을.
우리가 다른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떤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가 다른 개념들을 사유하기 위해 어떤 개념들을 사유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로보로스가 다시금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꼬리를 삼키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용의 시간(dragon time) 속에서 세계 짓기(worlding)가 스스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용의 용감한 제자였던 르 귄의 이야기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재료를 모으고, 나르고, 이야기하기 위한 넉넉한 가방이다. “잎사귀, 박 껍질, 그물, 주머니, 띠 천, 자루, 병, 냄비, 상자, 용기. 담는 것. 받는 것.”
그런 상호적인 이야기들을 건네며, 나의 동료들은 나에게 세 개의 아주 다른 담는 가방, 세 개의 모칠라(mochila)를 주었다. 그것들은 ‘다르게 살아가고 죽어가기’의 지속적인 과정을 위해 서로 함께-되기(becoming-with)를 길러내는 데 필요한 특별하고 강력한 것들을 모으기 위한 가방들이다. 이 가방들이 모으는 이야기들은 죽이는 이야기들(the killing stories)2), 생명을 빨아먹는 무기화된 과학과 기술, 마약과 돈에 흠뻑 젖은 흡혈 시장들, 그리고 역사를 자기 형상대로 빚어내려 애쓰는 모든 찌르는 이야기(prick tales)3)들을 잠재울 수 있다. 이 가방들 중 어느 것도 살육의 들판(killing fields) 바깥에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정반대다. 그 각각은 모칠라를 만드는 이들과 그것을 지니는 이들을 지금, 이 위태로운 세계들 속에 위치시킨다. 모칠라는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한다. 이 운반 가방들은 그들의 사람들을 더 세계 속의 존재로, 그리고 지금 진정 무엇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여전히 다르게 될 수 있는지를 분별하고 말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든다. 각각의 모칠라는 두터운 현재와 풍요로운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는 삶과 죽음의 방식들을 위해 역사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절실한 질문으로부터 자라나며, 또한 그에 대한 응답을 요구한다. 르 귄의 통찰에 따르면 이야기의 적절한 형태란 의미를 담고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것들을 품는 속이 빈 자루와 같다. 각각의 모칠라는 씨앗과 별의 세계에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gripping tales)와 기묘한 리얼리즘(strange realism), 진지한 소설(serious fiction), 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4)를 담는 가방이다. 이 세계들은 다양한 종류의 인간과 인간-이상의(more-than-human) 사람들, 그리고 서로를 죽이고 행성을 메마르게 빨아먹는 대신 그보다 더 나은 일들을 하는 종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나는 각각의 모칠라, 각각의 운반 가방이 나에게 몸으로 느끼게 해준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려 한다. 이 가방들 중 어느 것이든 들거나 몸에 두르는 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 속에서 응답하고 서로 함께-되는(become-with) 능력들의 매듭짓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림 1.
1. ‘플로르-세르(Flore-Ser)’는 말 그대로 ‘꽃이 되다(flower-be)’를 뜻하며, ‘florecer’, 즉 ‘번성하다’라는 스페인어 단어처럼 들린다. 이 말은 물과 생명을 수호하는 여성 협회(AMARÚ)의 여성들이 만든 파란 리넨 가방에 수놓아져 있다.
2. 천연색 양모의 넓은 줄무늬 가방은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마르타의 아루아코(Arhuaco)족 연장자 여성이 정교하게 매듭지어 만든 것이다. 그녀의 손녀 아티(Ati)는 산타마르타의 막달레나 대학교에서 원주민 학생 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 가방을 민족지학자 윌리엄 마르티네스 두에냐스(William Martinez Dueñas)와 아스트리드 로레나 페라판 레데스마(Astrid Lorena Perafan Ledezma)에게 팔았다. 두 사람은 나의 콜롬비아 방문을 도왔고, 그 가방을 내게 선물했다.
3. 녹슨 붉은빛의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모칠라는 콜롬비아 북동부 라과히라(La Guajira)의 와유(Wayúu) 여성들이 면사를 코바늘로 떠서 만든 것이다.
내 첫 가방을 ‘플로르-세르’라 부를 것이다. 그녀는5) 이미 앞면에 모호하게 가정법이자 명령법인 동사 형태로 수놓인, ‘번성’을 뜻하는 이 유망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친구이자 동료인 타니아 페레스-부스토스(Tania Pérez-Bustos)는 2019년 8월 보고타 공항에서 나를 마중 나온 직후 이 가방을 내게 주었다. 플로르-세르는 환경 정의와 성적·재생산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한 연대체의 직물 행동주의(textile activism) 속에서 태어났다. 처음에 내가 본 것은 청록색 자궁 안에 섬세한 흰 꽃뿐이었다. 2주 동안 나는 민족지학자이자 과학기술학자인 타니아가 기이한 친족(oddkin)6)의 잉태에 관해 가르쳐 준 것을 보고 느끼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 가방에 내 콜롬비아 방문의 조각들을 하나씩 담아냈다. 다종(multispecies)의 환경적·사회적 정의와 돌봄을 위한 그들의 일과 놀이 속에서, 콜롬비아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타니아는 섬유 예술과 그 실천자들을 공예 디자인과 공학 디자인 안에서 함께 엮어낸다. 그녀는 특히 콜롬비아 카르타고의 칼라도(calado) 자수에서, 삶과 직물의 ‘풀어헤침과 수선이라는 얽힌 실천들(entangled practices of unraveling and mending)’을 연구한다.7) 타니아는 함께 일하는 여성들이, 이 힘든 시기에 천천히 손바늘을 움직이며 꿰매는 일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치유와 파괴된 공동체의 재결속, 그리고 땅과 물, 강제 이주, 여전히 가능한 미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전한다. ‘플로르-세르’는 ‘엘 모비미엔토 리오스 비보스 안티오키아(El Movimiento Ríos Vivos Antioquia)’의 여성들이 만든 것이다. 이 가방은 그들의 땅과 물인 카우카강 유역에 건설되고 있는 거대한 수력발전 프로젝트 ‘이드로이투앙고(Hidroituango)’에 맞선 생계 수단이자 저항 수단이다. 이 여성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마지막으로 잘 보존된 건조 열대림 자연문화(naturalcultural) 생태계 중 하나에 속한 다양한 인간들과 수많은 다른 생명 종들로부터 나왔으며, 그들과 연대한다. 이 프로젝트에 맞서 영토와 물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이 여성들은 자신들이 신체-영토(cuerpo-territoria)라 부르는 것을 지키며, 모든 형태의 남성적 지배에 맞서 싸운다. 자수를 통한 이야기하기는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르 귄이 말한 ‘별들의 가방(the bag of stars)’ 속에 삶의 이야기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들은 그들의 가방 속에 나와 내 동료들을 담았다. 내가 그 가방을 멘다면, 응답하지 않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나는 이 가방을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의 집으로 가져왔다. 이곳에서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수놓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천연색 양모의 넓은 줄무늬를 가진 내 두 번째 가방은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마르타의 아루아코(Arhuaco)족 연장자 여성이 정교하게 매듭지어 만든 것이다. 각각의 무늬는 한 세대의 여성이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타낸다. 그녀의 손녀 아티는 산타마르타의 막달레나 대학교(La Universidad de Magdalena) 원주민 학생 협회 회장으로, 이 가방을 민족지학자 윌리엄 마르티네스 두에냐스(William Martinez Dueñas)와 아스트리드 로레나 페라판 레데스마(Astrid Lorena Perafán Ledezma)에게 팔았고, 그들은 나의 콜롬비아 방문을 도왔으며 이 모칠라를 나에게 선물했다. 아티는 그 대학에서 나와 다른 동료들과 함께한 공개 대화에도 참여했다. 오늘날 이러한 가방들은 젊은 아루아코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외부 세력의 지속적인 정착과 개발 계획, 강제된 불법 작물 재배와 정부의 제초제 살포, 암살과 협박, 기후 변화, 생태 관광, 댐 건설, 광산 채굴에 맞서 싸우고 있다. 코기, 위와, 칸쿠아모 등 다른 원주민들과 연대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땅과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가방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거주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은 나를 삶과 땅을 위한 대담하고 지속적인 매듭짓기에 연결시킨다. 그 가방을 멘다는 것은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응답하는 법을 배우는 일을 의미한다.
세 번째 가방도 비슷한 서사들을 담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그것들은 죽이는 추상(killing abstraction) 속의 어디에도 없는 아무데도 아닌 곳이 아니라, 언제나 특정한 장소에 자리한 이야기들이다. 녹슨 붉은빛의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모칠라는 콜롬비아 북동부 라과히라(La Guajira)의 한 와유 여성이 면사를 코바늘로 떠서 만든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이 가방은 콜롬비아 인류학자 레오나르도 몬테네그로(Leonardo Montenegro)에게서 받았다. 그는 앵글로-아메리칸(Anglo-American), 글렌코어(Glencore), BHP 빌리턴(BHP Billiton) 등 다국적 기업들에 맞서 땅, 물, 생존을 지키려는 와유 공동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상황은 참혹하다. 아이들과 동물들이 물과 식량의 부족으로 죽어가고, 끝없는 가뭄 속에서 농작물은 타들어간다. 이 빈곤과 갈증은 자연적인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노천탄광인 세레혼(Cerrejón) 탄광의 결과이며, 이 지구를 태우는 연료의 가공과 운송을 위해 물을 끝없이 탐하는 욕망의 산물이다. 예컨대 란체리아(Ranchería)강의 댐으로 인해 세레혼은 하루 1,70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라과히라의 주민 각자는 하루 평균 0.7 리터의 물만으로 살아가야 한다.8) 광산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준군사조직의 살해 위협은 흔하며, 와유족을 그들 조상의 땅에서 몰아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아프리카계 후손들과 원주민 공동체들은 여전히 그들의 삶과 땅을 위해 함께하며, 세계에서 강력한 연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도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운반 가방 속에 담겼다. 불타는 질문은 이것이다. 필요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함께 말하고, 필요한 세계들을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며, 치명적인 세계들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불에 그을린 듯한 적갈색(burnt umber)의 색조와 무늬를 지닌 이 부드러운 직물의 풍성한 감촉은,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강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생명을 유지하는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자양분을 제공한다.
나는 필리핀의 현대 수렵-채집민 집단 아그타를 대상으로 한 도발적인 공동 연구로 글을 맺으려 한다. 이 연구는 르 귄이 「픽션의 운반 가방 이론」에서 보여준, 거대한 진화 이야기를 기꺼이 다루려던 그 태도로 우리를 다시 데려간다.9)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 많은 이야기와 이야기꾼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이 공동체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형적인 사회과학적 방법들을 설계했다. 그 결과 아그타 응답자들은 사회에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아무리 유용하고 기능적일지라도, 이야기꾼을 그 어떤 이들보다 더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이 발견을 생물학적 적합도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를 고집했다. 뛰어난 이야기꾼일수록 더 매력적인 짝이 되고, 사람들은 숙련된 이야기꾼에게 유용한 것을 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협력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경쟁적 생물학적 번식 이점의 이야기로 설명하는 이런 서사의 끝없는 지배에는 크게 공감하지 않지만, 이 연구에는 여전히 사랑할 만한 부분이 많다. 연구자들은 숙련된 이야기꾼의 비율이 높은 캠프일수록 협력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꾼이 있는 캠프에서 살기를 선호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협력과 성적·사회적 평등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또 듣고 싶어 하며, 그 이야기들은 흥미로운 등장인물들과 풍부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음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뛰어난 채집가보다 좋은 이야기꾼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며, 실제 그들의 행동은 이러한 자기 평가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이야기들은 공감 능력을 확장하고, 타인, 심지어 낯선 이들에게까지 더 환대하는 관점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가치가 부여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야기하기가 인류 진화에서 협력을 조직하고 촉진하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나는 내가 선호하는 그럴듯한 이야기(just-so stories)들의 토끼굴 속으로 금세 빠져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적어도 아그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꾼들 사이의 관계를 다룬 이 연구는 도발적이다. 만약 그들이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그 설계와 확산 과정에 의미 있게 참여하며, 그 모든 과정이 그들의 안녕에 기여한다면, 더 많은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그타족(the story-loving Agta)에 대한 이야기를 보편화하거나 실체화하는 것에 단호히 저항한다. 그러나 르 귄과 엘리자베스 피셔, 그리고 잘 빚은 항아리나 정교하게 매듭지어진 가방의 형태를 한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 잘 살아가고 잘 죽는 강력한 실천을 노래해 온 세대의 이야기꾼들과 함께, 나는 아그타로부터 용기를 얻는다. 이야기하기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삶을 다시 엮고 새로운 형태의 친족(kin)을 만들어갈 가능성들을 모은다. 이야기로 빚어진 이들(The Storied Ones)은 여전히 가능한 번영을 위한 무늬를 변형하고 발명하는 강력한 존재들이다. 플로르-세르(꽃이-되다).
르 귄이 그녀의 짧지만 위대한 에세이에서 우리에게 말했듯이, “때로는 그 [영웅적]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가 더는 전해지지 않게 될까 두려워서, 이 거친 귀리밭, 이 이방의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는 우리 몇몇은, 옛 이야기가 끝날 때 사람들이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어쩌면. 문제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그 죽이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와 함께 끝장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일종의 긴박감을 안고, 다른 이야기,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 삶의 이야기의 본질과 주제와 말을 찾아 나선다.”
참고문헌 (Bibliography)
엘리자베스 피셔(Elizabeth Fisher), 『여성의 창조(Women’s Creation)』, New York: McGraw-Hill, 1975.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영장류의 시각: 현대 과학 세계의 젠더, 인종, 자연(Primate Visions: Gender, Race and Nature in the World of Modern Science)』, New York: Routledge, 1989.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픽션의 운반 가방 이론(The Carrier Bag Theory of Fiction)』, London: Ignota, 2019.
타니아 페레스-부스토스(Tania Pérez-Bustos), 「돌봄으로 사유하기: 공예 자수와 기술의 민족지학에서의 풀어헤침과 수선(Thinking with Care: Unraveling and Mending in an Ethnography of Craft Embroidery and Technology)」, 『지식의 인류학 저널(Revue d’Anthropologie des Connaissances)』 11:1, 2017.
Daniel Smith, Philip Schlaepfer, Katie Major, Mark Dyble, Abigail E. Page, James Thompson, Nikhil Chaudhary, Gul Deniz Salali, Ruth Mace, Leonora Astete, Marilyn Ngales, Lucia Vincius, and Andrea Ramberg Migliano, 「협력과 수렵-채집민 이야기하기의 진화(Cooperation and the Evolution of Hunter-Gatherer Storytelling)」,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1853,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