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는 하천이 없다.
1911년 이래 강변의 하천은 말라버렸다. 1980년 여름, 나는 비로소
강변에 나타난다. 하천이 마른 지 69년째.
나는 강변이 사막으로 향하는 입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급속히 사막족속이라는 정령이 활기차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막을 향해.
강변, 강변이라 주문을 외우고, 급속히 사막족속, 사랑해야 할 저 건조한 모래알로 된 정령들이 나간다, 걸어간다, 날아간다. 사막을 향해.
어디에 있어도 내 생각은 사막, 모래가 있는 쪽을 향한다. 건조한 토지,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 태양마저 바싹 말라 목구멍이 타버린 토지를 향해,
내 안에 있는 사막족속들은 급속히 활기에 차, 강변으로 한 방울 물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선 쾌활하게 휘파람을 불며 춤을 추고
맨발로 사막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나의 사막족속인 정령은 과감하다. 과감한 전사이기 때문에 사막을 향해, 일단 모래를 찾아내어,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그것이 왜 그런지 따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광기도 아니고 착오도 아니다. 그저 본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나의 안쪽보다는 본래의 보금자리를 향해, 야수처럼 또 새나 물고기처럼 되돌아간다. 그들 사막족속인 정령이 일제히 날개 치며 달리는 소리가 뜨거운 오후에 들려온다.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보이는 시보다 커다란 훨씬 넓고 커다란 하천인 탓에 하천의 모습을 한 환영의 힘인 탓에.
내 안에서 그가 무엇을 꾀하고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 건지 알지 못하면서, 아아 강변에서 나는 그들의 참으로 아름다운 기습을 보았다. 점차 내 안보다 활기를 띠고 밖으로 뛰어나와 고대 아즈텍까지 달려갈 것처럼 그들은 희망에 가득차 있던 것이다. 완전히 진기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뜨겁게 오싹하는 음악과 같은 생리적 쾌감을 부추기는 듯한, 신성하면서도 추잡한 바람을 품고 누군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막족속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이따금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시를 쥐어짜 죽이는 것이다.
– 시라이시 가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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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다. 이 시를 본 것도 시라이시 가즈코를 익혀둔 것도. 며칠 시간은 사납게 간다. 새벽 공기로 겨울은 벌써 저만치 지났다는 것을 잠 속에서 알았다. 잠결에 이불을 걷어내도 추워 움츠리지도 잠을 깨지도 않고 내내 꿈은 침대 언저리를 돈다. 오른 팔뚝에 머리를 얹고 왼쪽 허벅지를 오른 무릎 위에 올리고 몸을 살짝 비틀고 계속 잠을 청한다. 읍읍한 머리의 무게보다 아픈 것은 부재하는 것들의 자국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꿈에서 읊조린다. operation a coeur ouvert, operation a coeur ouvert 그리고 나면 심장이 열린 듯 그 떨림이 정수리 맥까지 차오른다. 울고 있다. 엉엉하고 소리 내어야 하는데 울음은 성대를 흔들고는 입안에서 사라진다. 숨만 가빠올 뿐이다. 그 징그러운 날들의 상흔이 몸 어느 구석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날이면 힘들어도 죽을힘을 다해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안도해야 한다. 꿈이라고 꿈일 뿐이라고, 냉장고를 열고 물통을 입에 대고는 벌컥거린다. 물이 넘쳐 가슴팍을 적셔도 기억만큼 왈칵 차갑지 않다. ‘그것은 광기도 아니고 착오도 아니다. 그저 본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온다. 더 크게 말하기 시작한다. Et qui sait quels êtres vivants Seront tirés de ces abîmes Avec des univers entiers …….
사막 족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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