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시작할 때부터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할 것 없이 써왔던 닉이 있다. 인터넷이 한창일 때 온갖 사이트도 이 아이디로 가입을 하곤 했는데, 처음 빠꾸 맞은 게 네이버에서였다. 제 작년인가 naver에 가입을 하려는데 글쎄 이미 있는 아이디란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잊은 줄 알고 한참을 헤매다가 정말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굴까 퍽 궁금하다 말았는데, 민중의 소리 블로그와 바이러스 블로그에서도 antimine 이라는 아이디를 봤다. 대체 누굴까.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안티마인 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었을까. 내게 anti mine은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물지 말라, 결코 머물지 말라 ‘너의’ 집안, ‘너의’ 방, ‘너의’ 과거보다 더 너에게 위험한 것은 없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로 시작됐다. 내 것이라고 알게 모르게 이름 붙여진 것들, 관성이 되고 습관이 돼버린 삶, 거기에, 깊게 팬 흔적에 고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기표만 남아서 우왕좌왕 떠돌고 있다. 그들은 안티마인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을까.
부깽은 부지깽이를 줄인 말이다. 세상 확 불 질러 버리는데 몸을 태워 한몫하겠다는 말이지. 그게 안 되면 주위 사람 염장이나 질러보던가. 혹은 프랑스어(bouquins)로 책을 이르는 고어이기도 한데 지금은 비하돼서 ‘책나부랭’이 정도의 뜻을 갖는다.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과 잘 어울린다.
몇 가지 검색을 하다 한참을 ‘또’ 웃었는데, 예전의 홈페이지의 DB가 다 날아가면서 무슨 바이러스처럼 모든 글이 ‘재홍’이라는 글로 바뀌었다. 재홍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리됐다. 사랑은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온통 머릿속의 생각을 한 사람의 이름으로 꽉꽉 눌러 대체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이것이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