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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꿈들이 사납다.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데, 기괴한 것은 항상 겨울이고 어린 시절의 나와 가족, 그리고 다 커버린 내가 함께 나온다. 그 겨울엔 초록색 눈이 내린다. 그 겨울엔 아빠가 있고 여전히 무서운 사람이다. 다 큰 내가 그에게 덤비는데 그는 헐크로 변한다. 헐크도 초록색이다. 어린 나만큼이나 어느 날 갑자기 몸땡이만 커져 버린 내가 불쌍하게 쥐어터진다. 그러다 눈이 떠진다. 꿈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꿈에서조차 이기지 못한 게 분했다.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새벽에 일어나서 매운 찌개가 먹고 싶어 김치를 썰고 청양고추와 양념을 하고 가스레인지에 올렸는데, 다 탔다. 온 집안이 연기와 매캐함으로 가득하다. 다른 냄새보다 탄내는 유독 가시질 않는다. 그것은 다 날아갔다 싶으면 어느 구석에서 또 배어 나온다. 징글징글하다.
몇 시간이 지났나 보다. 기운을 내자며 이번엔 닭도리탕을 만들기로 했다. 고추장을 넣고 양념을 하고 닭을 넣고 감자와 함께 끓이다가 방안에 들어와서는 너는 왜 매운 음식을 좋아할까 생각한다. 아까 창문을 활짝 열어둔 까닭에 타는 냄새를 한참 지나서야 맡았다. 냄비까지 시꺼멓다.
싱크대에 팔을 기대고 고개를 수그리고 입에선 욕지거리를 뱉어낸다. 밥 먹을 자격이 없다. 다른 꿈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고 바닥에 주저앉아 ‘아’ 하고 그러다 누워 가만히 천장을 본다. 거기에 어느 날 쳐 죽인 모기의 형상이 있다. 물끄러미 보다 기억들이 핑하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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