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들이 꽤 된다. 근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간 놓치고 간 것 중, 사고 싶은 게 몇 권 있다. 학교에 나가면서부터 한동안 멀찍했던 인문학 부문이 눈에 밟히고 ‘쫙’하는 소리에 베이고 싶다.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윤미애 옮김) / 새물결
「Die Zeit, Der Morgen」등의 잡지에 발표한 글과 「사회학, 사회화 형식들 연구」에 수록된 글을 선별해서 수록했는데, 짐멜은 19세기 당시 지배적이던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돈, 여행, 성, 종교, 얼굴, 편지 등과 같이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현상들을 철학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짐멜을 일면 깎아내고자 붙여졌던 ‘철학적 에세이의 대가’, 그의 글을 믿을만한 역자를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꽤 설레는 일이다. 오래전에 짐멜의 『돈의 철학/한길사』과 『여성문화와 남성문화/이대출판부』가 번역됐으나 전자는 절판이고 후자는 단 4편의 논문만을 싣고 있어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한껏 가시길 바란다. 그런데 잘 몰라서 묻는 건데 Die Zeit 와 Der Morgen은 다른 잡지 아니었던가?
『법의 힘』 자크 데리다 (진태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우리에게 ‘데리다’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자체로 난해함과 더불어 오역의 탈로 멀기만 하다. 어찌하다 보니 보너스 포인트가 쌓였기에 내내 미루던 것을 주문했다. 진태원 씨의 번역이라 슬쩍 기대가 된다. 데리다 철학의 용어해설과 옮긴이의 주가 한가득 이고, 데리다를 이해하는데 일정 도움이 될 것이다. 『법의 힘』 2부에서 데리다는 ‘지배계급의 폭력에 대한 좌파의 대항폭력의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던 벤야민의 「폭력의 비판을 위하여」를 다루는데 부록으로 벤야민의 글이 실려 있다. 전에 자율평론에서 이성원 씨 번역으로 선보였었는데 새로운 벤야민의 소리 역시 기대가 된다. 그리고 1976년 버지니아 대학에서 강연한 「독립 선언들(De’claraations D’independance)」도 함께 실렸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조만간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새로 번역되는 듯싶은데, 어서어서 나왔으면!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프랑수와 라블레 (유석호 옮김) / 문학과지성사
많은 분이 고대하던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이 대산문학 총서로 드디어 나왔다. ‘드디어’라고 말하기에는 꽤 시일이 지났지만 대산 총서 목록이 발행된 게 99년 즈음이었던 걸 참작하면 좀 늦은 소개쯤이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목은 한치는 늘었을 것이다. 이 문지판을 들췄을 때, 기존의 을유판(민희식 옮김)에 비해서 두께가 상당히 얇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 두께뿐만이 아니다. 해서 일정 부분을 을유판과 비교해 봤는데, 문지에서 완역본이라고 떠버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완연본이라고 하기에는 80퍼센트는 모자란다.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은 5서까지 있는데, 이번 번역에서는 1, 2서만이 번역됐을 뿐이다. 팡타그뤼엘 3, 4, 5 서는 어디다 내뺀 것인지(생트 뵈브의 라블레론도 없다). 또 하나 언젠가 연대에 들렀다가 친구의 꼬임으로 유호석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니 이런 사람이 라블레를 번역한단 말이야’라고 실망했더랬다. 그치만 문지판을 읽은 것은 아니니 번역의 질은 글쎄. 그래도 사고 싶다. 가로로 읽고 싶다.
『시집』 말라르메 (황현산 옮김) / 문학과지성사
모두 알 만한 시구,“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의 처음이다. 황현산 교수의 번역과 엄청난 각주로 말라르메가 우리에게 왔다. 기존에 숭실대출판부에서 이준오 교수의 번역으로 나왔었는데,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마티스의 판화가 시집에 함께 실려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하튼 『목신의 오후』만으로 갈증을 해소하던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소식이다.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말라르메의 노래를 들어라!” 꼭 사고 말 테다!
『중첩 』 들뢰즈 (허희정 옮김) / 동문선
2천 원 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샀기 때문에 아마도 후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극작가 카르멜로 베네의 「리차드 3세」와 들뢰즈의 「마이너 선언」이 함께 실려 있다. 들뢰즈를 통해서 베네를 알았는데, 베네는 들뢰즈가 말하는 소수(者/性)문학의 의미에 쏘옥 들어맞는다. 허희정 씨 번역은 처음인데 이렇게 잘 읽히는 들뢰즈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역자의 노고로 들뢰즈의 『디알로그』가 곧 나올 텐데 기대 만빵이다.
『창조적 진화』 베르그손 (황수영 옮김) / 아카넷
베르그손이 번역 됐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창조적 진화는 전에 박영문고(정한택)와 을유(서정철)에서 두 번이나 번역됐음에도 결국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고 언젠가 학교 세미나도 참여했는데, 내 불어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을 뿐이다. 부디 번역도 진화하되 창조적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수영 교수가 요전에 냈던 『베르그손-지속과 생명의 형이상학/이룸』을 읽어본다면 이런 우려는 단지 우려에 그치겠지만. 덧붙여 『물질과 기억』도 누군가 다시 번역한다면 얼마나 이쁠까.
『희망의 원리』 에른스트 블로흐 (박설호 옮김) / 열린책들
솔에서 1,4권을 내고 세월아 네월아 하더니 열린책들을 통해서 완역본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총 다섯 권인데, 가격이 9만 원이다.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는 사회주의를 하나의 진리로 취급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희망하는지, 미래에 무엇을 희망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미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만큼이나 이 책의 운명도 기구하다.1956년 소련이 ‘헝가리 인민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데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블로흐는 이를 이유로 동독에서 반당분자로 낙인찍혀 모든 공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된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구축되는 중에 서독에서 휴가를 즐기던 블로흐는 자신의 원고를 들고 트뷩겐에 정착하는데 사회주의 미래를 담은 책은 사회주의 현실의 좌절과 함께 망명하게 된 셈이다. 블로흐를 처음 만난 것은 『철학 입문(a philosophy of the future)/청하』을 통해서였는데, 이 역시 진보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희망의 원리와 큰 축이 비슷해서, 그 중 일부일까 찾아본 적이 있지만 서지에 대해 확인을 할 수 없었다. 이렇든 저렇든 역자의 노고에 감사를! 맘을 구디 먹고 사려는 찰나, 엄하게도 『 Histoire de la vie privée/Seuil』 1-5 전질을 사는 바람에 기약이 없어졌다. 『사생활의 역사』가 처음 프랑스에서 발간될 때 값이 케이스 포함 2,000프랑이고 지금 유로화로는 권당 72.5유로에 판매되고 있다. 전질일 경우 대략 40만 원 이상인 셈이다. 그걸 샀으니 모든 책들이여 안녕.
『시계태엽 오랜지』 안소니 버제스 (박시영 옮김) / 민음사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많이 알려졌지만 원작은 더 훌륭하다. 이미 지학사(벽호)를 통해서 옮겨졌었는데, 역시나 절판이다. 지학사 판에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the wanting seed’가 ‘조직과 생명’이란 제목으로 옮겨져 있으나 이는 민음사 판에는 실리지 않았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옮김) / 민음사
오래전에 울림사에서 박찬희 번역으로 나왔을 때(박경범이 옮긴 울림사 판이 아니다) 느무나 재미나게 봤었는데, 어떤 놈이 책을 납치해 갔다. 간혹 헌책방에 들를 때마다 미아를 찾는 심정으로 훑었는데, 연이 안 닿고 말았다. 그런 것이 작년 가을에 새로 번역돼서 나왔던 것이다. 알았더라면 겨울은 따뜻하게 다가왔을 것이고 나는 추위를 이유로 나다니지 않을 것을 위로받았을 것이다. 감개무량이다. 읽을 당시의 표현대로라면 따봉인 책이다. 저자가 직접 각색하고 알폰소 아라우가 감독한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정작 이 영화는 못 봤고, 키아누 리부스가 이뻐서 「구름속의 산책」을 엉겁결에 봤다. 아 「달콤 –」 이 영화도 보고 싶다. 어디서 다운받을 수 없을까? 에스키벨의 다른 작품인 『사랑의 법칙/민음사』은 소설만큼이나 CD가 매혹적인데 대체 워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꿈의 궁전』 이스마일 카다레 (장석훈 옮김) / 문학동네
지난 가을에 번역됐었는데, 역시나 모르고 살았다. 『죽은 군대의 장군』, 『돌에 새긴 연대기』, 『부서진 사월』,『H 서류』 등등이 꽤 오래전 번역됐고 게다가 죄다 재미있다. 외에 ‘2000년 국제문학포럼’의 논문집인 『경계를 넘어 글쓰기』에 아주 짧은 분량의「문학과 삶의 관계」가 실려 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의 독재체제하에서 ‘체제에 순응하는 충성스러운 개들을 즐겁게 해줄 만한 그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작품 출판이 금지당했는데, 그가 처했던 상황이나 글쓰기는 아리엘 도르프만과 일면 닿아있다. 그의 책 중 『돌에 새긴 연대기』는 절판이지만 헌책방에서 그나마 자주 보이는 편이고 『죽은 군대의 장군』은 대형 서점 구석에 가면 여전히(?) 구할 수 있고, 나머지 책들이야 맘만 먹는다면!
『이방인, 신, 괴물』 리처드 커니 (이지영 옮김) / 개마고원
『이방인, 신, 괴물』은 그 제목에서 타자의 대표적인 형태를 총괄하고 있다. 레비나스, 데리다, 료타르, 크리스테바, 지젝, 하이데거 등을 아우르며 타자성 연구의 성과를 제시하는데, 리처드 커니는 ‘이방인·신·괴물’을 인간 심리의 심연에 존재하는 균열의 증거로 보고 의식과 무의식, 친숙한 것과 낯선 것, 같은 것과 다른 것 사이에서 어떻게 분열되는지를 보인다.
20세기 후반 유럽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개론서 중 하나가 리처드 커니의 책이다.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한나래』와 『현대 유럽철학의 흐름/한울』이 이미 번역됐는데 몇 부분의 오역을 감안하고서래도 읽으면 현대(유럽)철학의 지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는 총 3부로 사상가들과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말하기는 언제나 쓰기보다 쉽고 명확해 지기 마련이다. 대담은 질문자에 따라서 질 자체가 틀리게 되곤 하는데, 리처드 커니의 질문은 각 사상의 핵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현대 유럽철학의 흐름』역시 현상학, 비판이론, 구조주의의 훌륭한 주석서이다.
『천구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실비나 오캄포 (김현균 옮김) / 열림원
숨이 가빠질지도 모른다. 언젠가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선 『탱고』에서 그녀의 「올리세스」를 보며, ‘왜 이런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지 않는 걸까’며 아쉬웠는데 무려 18편의 단편을 만나 볼 수 있다니 기대가 크다. 그녀의 소설은 우리가 생각하는 ‘환상’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주변과 중심이 전복되고 그럼으로써 현실의 불온함과 잔혹성이 ‘아무렇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박거용 옮김) / 르네상스
가끔 죽은 작가를 선호할 때가 있는데, 더는 그의 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더 읽지 않아도 되고,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그 점에서는 꽝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보르헤스 전집은 역자였던 황병하 선생이 고인이 되면서 기획과는 달리 시는 포함되지 않고 따로 시집이 나오는가 하면 『보르헤스의 불교 강의』는 여시아문에서 나오고, 『픽션들/녹진』에 실렸던 산문들도 전집에는 안 보이고, 『상상동물 이야기』는 까치에서 울고, 그것들을 다 해치운 다음에야 전작주의자로서 겨우 안도를 하는데, 별안간 죽은 보르헤스가 문학을 말한 댄다. 뭔가 해서 봤더니, 보르헤스가 하버드에서 강연한 녹취를 풀어 편집한 책이다. 이거 참, 나아아중에 누군가 보르헤스의 전집을 다시 기획한다면 어떨까? 번역을 좀 더 다듬고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산문 강연 대담 등을 죄다 엮어서 말이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데이비드 하비 (김병화 옮김) / 생각의 나무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등으로 유명한 하비의 책이 새로 나왔다. 나는 그의 책을 겨우 두 권 봤을 뿐이지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어떤 책보다 명징하게 읽힌다.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공간의 배치를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해오던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파리’라는 도시공간을 분석했다. 도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자본 순환과정을 가장 고밀도로 집적하여 보여주는 공간이다. 자본이 지리공간에 미치는 영향과 그 지리공간이 다시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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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의 이 두꺼운 책이 부담되시는 분들은 『시간여행 SF 걸작선/고려원』에 실린 「화재 감시원」을 보시라! 죄다 읽고 말 테니. 읽고 싶은데 책을 구할 수 없는 분들은 환상문학웹진에서 볼 수 있다. 다른 멋진 단편들도 덤으로!코니 윌리스의 작품은 외에도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열린책들』와 『세계여성소설걸작선/여성사』에 「섹스 또는 배설」과 「첫사랑」이 실렸고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에는 「사랑하는 내 딸들이여」가 실려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라스 애덤스 (김선형, 권진안 옮김) / 책세상
기존에 새와물고기 판으로 4권까지 읽고 5권을 pc통신에서 다운받아 놓고는 말았더랬다. 1978년 BBC 라디오에서 6회짜리 드라마로 시작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엄청난 반향으로 책이며 음반 등등 별의별 것까지 다 나오게 된다. 처음에는 3권 완결이던 것이 팬들의 성화(?)로 어느 날 4권 완결이 되더니 결국 5권까지 나오게 된 책이다. 이런 ‘코믹’이라면 정신없이 웃다가 미쳐도 무죄다! 예전에 읽을 때 어찌나 웃기던지 학교에서 밥 먹다가 갑자기 ‘아서덴트’만 떠올랐을 뿐인데 밥알을 앞 친구에게 다 뱉어 버리고 말았다.(라블레 시대의 사람들도 어쩌면 가르강튀아를 보며 나처럼 뱉었을지도). 올해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지, 얼마나 사람들이 볼지도 의문이다. 81년에 BBC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고, 그 희귀하고 지루한 영상을 당나귀를 통해서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 작년인가 다시 했었는데, 듣고 싶은 분들은 여기를! 그나저나 5권만 사면되니깐.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카를로 진즈부르그 (조한욱 옮김) / 길
미시사의 선구자로 일컫는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책이다. 잘 알려진 『치즈와 구더기』보다 10년 앞서 발표됐던 것이고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개작한 것으로 진즈부르그 저술의 출발점으로 알려졌다. 미시사는 아날학파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적 방법론으로 대두됐던 것이다. 당대의 주류였던 프랑스 아날학파는 ‘사건 중심의 역사가 아닌 구조 중심의 역사 서술 방식’을 내세우며 역사 서술의 관점을 ‘낮은 곳’ 으로 끌어내렸지만, 지나친 계량화로 인해 구체적인 ‘인간’ 이 빠진 역사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데 반해 미시사는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간의 심성과 문화에 초점을 두면서, ‘역사가들이 침묵 속에 묻어버린’ 에피소드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끄집어내고 있다. 『미시사란 무엇인가』에서 진즈부르그의 민중문화론에 대한 논쟁을 시작으로 미시사에 관심을 뒀는데, 책과 멀찍했던 날들로 알콩한 밤의 재미를 잃었다. 밤 동안에 같이 둥글고 싶은 책이다.
이래저래 새로운 번역본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저작권 때문에 단 한 종의 번역서만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번역과 비교해보며 좀 더 정확하고 내 입맛에 맞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 책들도 사고 싶다.
『포르노그라피아』 , 『페르디두르케』 비톨트 곰브로비치 / 민음사
『생각』 장정일 / 행복한책읽기
『사랑의 야찬』 미셀 투르니에 /문학동네
『정신분석 사전』 장 라플랑슈. 장 베르트랑 퐁탈리스 / 열린책들
『열하일기』 박지원 / 보리
『거기 당신?』 윤성희 / 민음사
『빨간 공책』 폴 오스터 / 열린책들
『막간』 버지니아 울프 / 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마틴 가드너 주석 / 북폴리오
『다이어리』 척 팔라닉 / 책세상